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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원이 엄마

 

무엇이 급한지 가을은 우리 곁을 성큼성큼 도망치고 있다.

배고프면 잠시 참으면 되고….

몸 아프면 진통제로 잠시 견딜 수 있지만, 외로우면 이길 방법이 없다.

더디게 가는 가을밤에, 조각난 상념(想念)을 맞추다 보면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결국은 메마른 감정, 사랑을 탓한다.

사랑과 영혼이란 영화.

데미무어, 패트릭스웨이지가 주연한 1990년,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순정 영화다.

영화도 영화지만, 주제가(主題歌)는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배경에 깔리는 색소폰 소리는,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Oh, my love my darling’ 으로 시작되는데 끝 가사는 ‘I need your love’ 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구요….노랫말 중간에 하나님은 내게 그대를 사랑하라고 명령하셨어요…, 이런 멋진 말도 있다.

줄거리는 뉴욕에서 성공한 젊은이 한 쌍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자기네들이라고 믿고 있는데, 남자는 강도의 총을 맞고 죽게 된다. 죽은 사람과 산사람의 사랑….도자기를 빚느라고 두 손을 마주잡고 있는 장면은 아직도 여운(餘韻)이 남는다.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이란 자칫 잘못하면 치정(癡情)이 되지만, 미완의 사랑은 잔잔한 파문을 끝없이 만든다.

지금부터 420년 전, (1586년에) 죽은 남편에게 보낸 애절한 편지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원이 아버지! 당신은 나에게 늘 말하길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셨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래도 난 살수가 없어요. 빨리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가세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사랑 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당신을 향한 마음은 이승에서 잊을 수 없어요. 아무래도 서러운 뜻이 끝이 없으니….

곧 편지보시고 내 꿈에 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나는 꿈속에서 당신을 믿고 있어요. 하고 싶은말 끝이 없어서 이만 적습니다.

아내가…’

고어(古語)를 요즘말로 바꾼 것을 인용했다.

원망처럼 말했지만 그리움이 절절하다.

경상북도 안동시에 택지개발 공사를 하다 시신을 발견했는데…, 안동이란 옛부터 양반이니, 선비니 하면서 여자 알기를 우습게 알고 지금도 그 버릇을 약간의 자랑으로 삼은 고도(古都)인데….

닭살 돋을 듯한 소리 “남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사랑 할까요?” 어쩐 일일까?

부장품(副葬品)은 남편의 건강이 돌아오길 빌며 머리를 잘라서 만든 집신(미투리)과 함께, 아기의 배냇저고리 한 벌, 그리고 이 편지!

남편 되는 이, 나이 서른에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애석할까?

이 편지를 읽고 부러운 남정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사랑은 양(量)이나 질(質)이나 서로 비슷하게 주고받아야 애틋함이 생기는 법!

요즘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살아생전에 남편이 얼마나 잘해 주었길래…,

이런 말이 튀어나올 것이 분명하고, 남편의 입장에선 주는 것이 있어야 받지…, 마누라가 평소에 엄청 잘해 주었던가 보다…. 이런 말로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제각기 입장에선 오픔, 값음을 먼저 요구한다.

집사람에게 이 편지를 읽게 하려다 그만 뒀다.

끝까지 읽지도 않고 “당신이 잘해 보세요. 이까지 편지가 대수 일까?”

그러나 어쩌랴!

우울증(憂鬱症)은 여자들만 앓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 되면 남자들에게도 이 몹쓸 고약한 병이 달려든다는 사실!

세월의 나이테가 값진 것은 포도주나 골동품 이외에서 인생도 있다.

머피의 법칙.

“치통(齒痛)은 치과 문 닫는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하는 법이니.”

/ 김기한 F&B 교촌치킨 부회장·前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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