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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사람 농사 어렵다, 어려워

 

각자무치(角者無齒). 순록이나 소는 뿔은 있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없다는 말, 한 사람이 모든 재주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릇된 말이 아니다. 돈 있는 이, 건강이 따라 가질 못하고, 돈 있고 건강한 사람은 자식 운이 박복(薄福)할 수 있고, 모든 걸 갖춘 사람은 아내가 병약(病弱)할 수도 있다.

참으로 창조(創造)주의 공평(公平)함이란!

외자의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는데, 각자유치(角者有齒) 모든걸 갖췄다.

허우대 좋고, 말주변 좋고, 남녀불문하고 항상 친구들이 꼬인다.

하루에 안부전화를 열통 받으면, 그 사람 인생 잘살았다고 하던데…, 저녁자리라도 함께하면 “별일 없지”로 시작하고 끝이 나는 많은 전화 때문에 짜증이 날 지경이다.

대학 다닐 때 학생회장(學生會長)으로 뽑혀 떠들썩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더니만….

직장 생활 초년병(初年兵)일 때, 그 친구 명함에는 벌써 대표이사(代表理事)를 새기고, 프로펠라 비행기로 일본을 출입(出入)했다.

너무 앞서가는 친구에게는 기본적인 시샘이 있기 마련이지만, 감당 못할 활약으로, 오히려 우러러 봤다.

그 뒤 국회의원 보좌관(輔佐官)으로 십수년,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더 여의도가 어울리고 익숙했다.

“김 보좌관, 나 오늘 오후에 차 쓸 일이 있는데”라며 승용차가 귀했던 터라 양해를 구하는 국회의원.

“친구들 앞에 날 체면 세워주려고, 저 영감님 평소에 없던 행동 하시네”. 누가 봐도 흐믓했다.

같이 일하다보면 저 자리 내가 앉아도 할 수 있다는 오만(傲慢)감이 쌓이기 마련이고, 내가 저 친구 밥 먹여 주는데 하는 또 하나의 오만이 충돌하다보면 전쟁(戰爭)이 생긴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 서로 손가락질 하는 것 보다 추(醜)한 일은 없다.

삼십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아직도 모시던 사람의 생신(生辰)을 챙기는 것을 보면, 근성(根性)있는 의리(義理)가 타고났다.

정치학 교수 그리고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60%넘게 현실정치의 중심이 되고 싶어 출마한다는 통계가 있다.

결국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 한다. 장관을 지낸 대통령의 동서와 은행장 출신, 기라성(綺羅星) 같은 후보와 혈전(血戰)을 벌였지만, 경력, 재력(財力), 나이 모두 한참이나 뒤진 터라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살고 있는 집마저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선거가 끝나고 수 개월이 지난 후 그 친구와 동승(同乘)해서 시골로 가는 길, 양복 속에 꽤 많은 봉투가 들어있었다.

“선거 떨어졌다고, 가까이하던 사람들 경조사(慶弔事) 외면 할 수도 없고”. 주유소에서 평소 호기있게 가득이 아닌 겨우 목적지 도착할 수 있을 만큼…. 헤어질 때 촌지(寸志)를 건냈다. “형수씨 속옷이나 사드리게”하면서 건냈더니, 그 친구도 “자네 모친 고기라도…” 서로 쑥스럽게 봉투를 교환했는데, 똑같은 액수!

그땐 우리 모두 헐떡이며 하루를 보낼 때, 엄동설한(嚴冬雪寒)에 홋바지만 입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백수(白手)의 상태에서 불과 일년 남짓,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건설회사에 부사장으로 입사 하더니만 빼어난 활약으로 승진을 거듭하더니 부회장때는 어느날 자동차가 바뀌었다. 벤츠시리즈 가운데 상당히 비싼 것으로….

“회장님이 기어코 당신 타던 차를 주길래, 남들 욕할 것 같아 조심되네…”.그 뒤에도 시간만 나면 시골로 가길래 혹시 정치에 대한 미련인가 했더니만 이 친구 정색을 하면서 앞으로 나의 궁극적인 목표가 보처자(保妻子)하고 친구들과 정이나 다독이라는 것이라며…. 가장 평범한 행복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겠다고 역설했다.

참으로 윤기 나는 말이었다.

얼마 전 바람 불어도 좋은날, 심각한 얼굴로 “주위에서 자꾸 이번만…” 하면서 권유를 하는데, 특히나 지난번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 가장 적극적이라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고 했다.

나는 분명 그 친구의 인생이 현재까지는 성공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한편 너무 지나치게 인생을 혹사(酷使)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들었다. 시골에 표 가진 사람들….

이 친구, 대한민국에 가장 훈훈한 심성(心性)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줄런지 매우 걱정이다.

세상사 쉬운 것 하나 없지만, 사람농사가 가장 어렵다 했다.

 

풍성한 소득을 빌 수 밖에….

 

/김기한 F&B 교촌치킨 부회장·前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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