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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직업 가치의 변천(變遷)

 

좋은 직업, 어떤 것이 있을까?

쉽게 말해서, 돈 많이 받고, 오랫동안 종사(從事)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것, 모든 이들이 선망(羨望)한다.

세 가지 가운데 선택(選擇)과 옵션(option) 항목은 각자 택하기 나름이지만…, 어찌됐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다.

멀지 않은 과거,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응 선생질하고 있어”. 교직에 종사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무슨, 무슨 질하면, 비하하는 말이 되는데, 오히려 듣는 사람은 거북했지만 본인 스스로도 겸손의 의미인지 별 서슴없이 말했다.

그러나 지금 선생질…, 이런 말하면 큰일 난다. 교사가 되는 ‘임용 고사(考査)’를 ‘고시(考試)’라 부를 정도로 선생님 되기를 갈망하는 사람이 많다.

초등학교 선생님만 되도 62세까지는 정년이 보장되고, 월급하며 하여간 비교적 풍족한 셈이다.

교사에서 출발해서 세월이 흘러, 부부 모두 교장(校長)이 되는 경우 두 사람 월급을 합하면, 웬만한 중소기업이익과 맞먹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부르고 “교장선생님! 어젯밤에 밤새도록 불이 켜있던데…, 혹시 월급 세느라고?”라며 주위에서 이처럼 놀린다.

과거 여자가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하면 웬만하면 사표를 내고, 현모양처(賢母良妻)(?)의 길을 갔는데…, 혼담(婚談)이 오갈 때 여성이 직장이 있으면 더욱 대접을 받는다. 총각이 욕심이 많다고 나무랄 수 없는 현실이다.

요즘은 유아원 비용이 최소한 30만원에서 조금 비싸면 80만원까지 내야 한다고 하니….

결혼 중매 회사에서 여성이 직장이 없으면 C급으로 돌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여간 변해도 너무 많이 빨리 변한다. 얼마 전 유명국립대학에 전공의(專攻醫) 모집을 한 결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다고 했다.

가깝게 지내던 산부인과 의사가 있었다.

경제적인 윤택과 함께,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심…, 하여간 부러웠는데, 어느 날 매우 피곤한 얼굴로 찾아와서 소위 의료사고 때문에 고소(告訴)를 당했는데, 자기는 잘못 한 일이 없었지만 하도 시달림을 받아 합의(合意)를 했는데, 일 년 벌었던 돈 몽땅 줬다고 했다.

이젠 환자 보기가 겁이 나서 웬만하면 큰 병원을 추천한다고 푸념하면서, 의사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배부른 소리로 들렸다.)

병원 문을 닫는 소위 폐원율(閉院率)이 8.5%가 되고, 자연분만 비용이 26만원인데 비해 산후조리원 비용은 평균 300만원이 넘고 동물병원에서 분만비용은 40만원이라고 했다.

사람대접이, 애완견(愛玩犬) 보다 못하다고 얼굴을 붉혔다.

앞으로 후배들 산부인과 택할까? 이런 걱정을 했는데…, 그의 예언(豫言)(?)이 딱 맞았다.

의학이란 자체가 아직 발전중인, 그리고 원래가 불완전한 학문이라고 하면서, 두부 자르듯, 성공한 수술 실패한 수술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뒤 서울 어느 보건소에 공무원의사로 변신했는데, 속 편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는 자랑이 풍문으로 들렸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산부인과 의료수가(醫療酬價)는 대만의 59%, 일본의 14%, 미국의 9%라는 통계가 있다.

나는 의학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 생애의 돈벌이에 바칠 것을 엄숙히….

얼마 전 의사들의 배금(拜金)적 사고에 대해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상(理想)은 이상이고 현실(現實)은 현실이다.

스페인 속담에 “인생은 산부인과 의사가 장의사에게 보내는 소포”, 누가 뭐래도 태어나는 것이 죽는 것 보다는 중요한 법이다.

엄살이든, 아니든 의사들이 기피하는 몇 가지 과목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김기한 F&B 교촌치킨 부회장·前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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