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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집] '꿈의 편린 좇다 위기처한 가족' 연극… ‘유리동물원’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가족관계
애증 뒤섞여 해체되는 모습 그려
연말 가족 소중함 되새기는 계기

 

● 박은희 감독 시연센 마지막 공연

시연센 소극장 개관6週 기념 연극 ‘유리동물원’

지난 2004년 12월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동의 용현성당 지하에서 문을 연 ‘시민교육연구센터(시연센)’는 소극장과 연습실, 강의실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시연센은 공연관람은 물론 연습과 교육의 장소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열린문화공간이다.

시연센은 어린이부터 청소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연구 워크숍 및 연극 아카데미 등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교육 연극 전문시설인 동시에 창의력을 키워주는 미술 관련 교육까지 수행해 내는 통합적 개념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관 6주년을 맞은 시연센소극장의 기념 공연 ‘유리동물원’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 주>

◆ 가족의 사랑을 잔잔한 감동으로

가족이란 도대체 뭘까요?

“로라! 사람을 사귀다 보면 사람이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요. 게다가 모두 뭔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연극 속에서 짐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 고만고만한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뜻이다.

남구 용현성당 옆에 위치한 시민연극센터(시연센) 무대에 올려질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에 나오는 대사이다.

가족해체가 불러오는 한 집안의 불행으로 단정하기에는 연극 중간중간에 자신의 삶과 동일시 되는 장면으로 인해 객석 여기저기서 신음과 감탄사가 나올 듯하다.

가족이라는 화두가 주는 이율배반적 애증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질긴 고리인 셈이다.

어딘가로 떠나 있음을 암시하는 보이지 않는 아버지와 과거에 사로잡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머니 아만다, 절룩거리는 다리 때문에 세상과 단절한 채 유리로 만든 동물인형을 모으는 딸 로라, 이러한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방황하는 아들 등 ‘유리동물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고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수 있는 스토리로 꾸며졌다.

극은 이러한 가족사를 통해 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 있는 현실의 환상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극을 이끌고 있는 해설자인 톰이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자신의 과거를 추억극으로 제시하는 특이한 구성인데 이는 작가 자신의 인생을 고백형으로 풀어놓은 것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메가폰을 잡고 있는 박은희 감독은 “우리 정서에 맞는 연극을 선택하고 싶었다”며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개관 기념 공연을 올리는데 올 해는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 가족이 주는 의미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애증이 뒤섞인 독특한 관계가 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중견 연극인 박동춘씨와 TV탤런트 곽정희를 비롯해 윤정욱, 송상욱, 선정화 등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연극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개관 6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연극은 오는 25일 토요일과 26일, 낮 4시에 공연되고 27일부터 30일까지는 저녁 7시30분에 각각 무대에 올려진다.

연극 ‘유리동물원’의 예매 및 자세한 문의는 시민교육연구센터(☎032-866-4408)로 하면 된다.

◆ 시민교육연구센터와 박은희 감독

시연센은 올 해로 6년 째를 맞는 남구 문화예술의 대표적 공간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제대로 된 연극무대와 연극에 대한 정통적 교육이 전무하던 인천에 문을 연 시연센은 그동안 연극 이외에도 풍물굿, 마임콘서트, 현대무용, 학춤, 모노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으로 인천시민들과 함께 걸어왔다.

시연센 박은희 감독은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연극을 선보였지만 번역극을 무대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은희 감독은 무대와 사무실을 바삐 오가며 인터뷰 하고 연습하는 배우들까지 챙기고 있다.

또 새롭게 단장하는 무대배치까지 떠맡고 있어 ‘유리동물원’ 덕문에 눈 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연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진지하고 엄숙하게, 때로는 들뜬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 가득 홍조를 띠기도 하는 영락없는 연극에 미친 사람이다.

아쉽게도 이번 무대가 박은희 감독이 시연센 소극장에서 여는 마지막 무대라고 한다.

박은희 감독은 “이번 마지막 공연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명작인 만큼 문화생활을 즐기는 많은 인천 시민들이 찾아와 관람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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