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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대한민국 학생들을 위한 가장 좋은 선물

 

우리나라 학생들이 2009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읽기·수학 1위, 과학 3위를 차지했다. 등위도 등위지만 2006년도 성적에 비해서도 월등히 향상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유력 신문 르 몽드는 우리 교육에 대해 ‘학생들 간에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과도한 교육 시스템’이라면서 PISA 성적이 그러한 교육 시스템을 감출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도 좋은 비판이 아니다. 2009 PISA 성적은 우리의 교육열을 잘 반영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가 자랑하는 인적자원 양성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라면 “그래,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가르친다”고 되받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반박이 그리 논리적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르 몽드의 지적에 과격한 표현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구체적 사례들은 거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르 몽드는 ‘지옥과도 같은 한국의 수업 리듬’이란 기사에서 평일 학교수업은 오전 7시 30분에 시작돼 오후 3~4시에 끝나지만 학생들은 ‘성공을 위한 경쟁’ 때문에 밤 11시까지 보충수업을 강요받는 등 거의 15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고 했다. 또 이로 인해 수면시간이 줄어 ‘4당 5락’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면서 특히 방학 중에도 등교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과외활동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산업사회 교육시스템을 지식과 정보에 바탕을 둔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입제도를 개혁하자고 하지만 성공이 의무이고 순위를 매기는데 너무나 익숙한 문화 때문에 대다수가 시기상조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됐다.

르 몽드의 지적을 뒷받침하듯 대학입시준비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고 문제가 많다는 호소가 줄을 잇고,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체육수업을 하지 않아 운동장이 텅 비어 있다’는 지적도 보이지만 대체로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방학 중의 수업이 자랑스러운 사례로 소개되는가 하면, 학원에서 이뤄지는 토의식 강의, 다른 나라의 실험·토론수업이 특별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학교는 변하지 않고 그러한 현상이 심화돼 가기만 한다.

이 대통령은 10년 후에는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니까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의 열정에도 변화가 와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예측은 사실은 오래된 것이다. 데이비드 겔런터(2001)는 대학이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면, ‘낡은 쓰레기라도 가르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은 사라지고 온라인 교육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예언했다. 또 그 명성만으로도 상품이 되는 소수 대학 외의 95%가 5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초중등학교도 물론”이라고 했다. 학생수가 줄어든다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부실해서 학교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논리적 차이는 있으나 그 결과는 같다.

수업부터 바꿔야 한다. 개념·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교육학을 이수하지 않아도 거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며 굳이 학교에서 해야 할 일도 아니다. EBS 방송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문제풀이를 해설하고 그 기능을 익히게 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시간엄수·복종·기계적인 반복작업’(A. 토플러)이 ‘교육의 미덕’인 시대가 지났다는 것은, 30년 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다. “우리는 그 방법으로도 잘 배웠다. 아이들은 우선 꽉 잡아둬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가혹한 견해이다.

우리도 빨리 실험·실습, 토론수업을 주로 하는 대열을 찾아가 새로 출발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그걸 잘 알고 있다. 교육감들도 알고 있다. 대학 총장들도 모를 리 없다. 다만 각각 ‘나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그들이 모여 우리 교육의 문제를 논의해나가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한담(閑談)처럼 들리겠지만 수업개선이 우리 교육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학생을 학생답게, 교사를 교사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하는 길이다. 우리 학생들을 위한 가장 좋은 선물이 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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