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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李兄에게

 

풍문(風聞)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 좋은 일로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면, 퍽이나 흐뭇하다.

그리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법이다.

미담(美談)의 주인공과 얽힌 알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역시! 이런 생각과 함께 나는, 도대체…, 이런 아름다운 시샘도 해본다.

요즘 연말이 되고 보니, ‘불우이웃돕기’의 주인공들이 양산(量産) 되고 있다.

이말 자체도 싫다. 어딘가, 자선(慈善)이 규격화(規格化) 된 것 같아 싫고, 또 일회성(一回性) 냄새가 나서 싫다.

자선(慈善)과 선행(善行)은 비슷하지만 염연히 다르다.

‘정신 장애자학생 30명의 일본여행을 혼자서 사재(私財)를 들여 주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李兄의 인생도 초반(初盤)엔 퍽이나 고달팠다.

오르막 내리막-부침(浮沈)이 매우 심했다.

사업을 하면서 몇 번의 혹독한 수업료를, 톡톡히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겨우 숨 돌릴만하다던데….

나중에 아랫 대(代)에서 복(福)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李兄도 나이 이순(耳順)이 몇 년 남지 않았다.

그 나이가 되면 슬슬 갈 길이 바빠진다. 노후대책(老後對策)을 세우느라, 옆도 뒤도 보질 않는데, 그리해도 탓하는 사람도 없는데…, 대부분 손이 오그라드는 법이지만, 거꾸로 인생을 사는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알아봤더니만 학생들의 나이는 30~50세, 대부분이 부모가 없거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초 수급을 받는 학부형들의 자녀로 구성돼있다.

결혼은 커녕, 주위 도움 없이는, 혼자 세상을 헤쳐가기 힘든 이들이다.

행동도 제한이 돼있어, 멀리 가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부산(釜山)이나 설악산(雪嶽山)을 갔다 와도 이들에게는 평생 소중한 추억이 됐을 텐데….

“한 평생 외국 구경 한번 가보지 못하고 죽으면 억울하다고”, 기어코 외국여행을 고집했다는 소식을 듣고, 감탄 했다.

여객선으로 일본까지 무려 9시간 걸린다는 소식을 듣고…,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노동이라며 돈이 들더라도 비행기를 타도록 우겼다는 소식에 역시!

더욱 진한 것이 있다.

왼손이 한일, 오른손이 몰라야 한다는 원칙적 선행을 고집했다는 소식에, 내가 李兄을 알고 지내며, 단순히 술잔을 나누던 일상의 기쁨을 뛰어 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형의 이력에 두 가지 특이한 것이 있다.

청년유도회 부회장, 그리고 OO市 인라인 스케이트 회장.

본인의 성품을 보아, 감투에 그리 욕심이 없을 텐데, 사업하는 사람에겐 라이온스나 로타리가 더 어울리고, 선호(選好)하던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맡을 사람이 없어서…”.

참으로 단순한 대답이었지만 어떤 말보다, 이해가 됐다.

남들과 다퉈 어떤 자리를 차지하려고하면 경쟁(競爭)이 되지만, 남이 피하는 것을…, 내가 맡는다. 이것은 인품(人品)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한해가 지나간다. 兄은 올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편견과 오해로 많이 시달렸다.

사람이 싫고, 세상이 싫을 정도의 번민으로 밤잠을 설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훌훌 털고 내년에는, 발걸음 가볍게 출발하시길.

이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지 모른다.

만약 형이 나에게 작호(綽號)를 부탁한다면 ‘숙맥(菽麥)’ 이라고 지을 것이다.

숙맥이란 콩과 보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만 세속에 뜻은 세상물정을 모른 사람을 가르친다.

아예 모르는 것이, 많이 아는 것을 뛰어 넘는다.

兄은 벌써 이 경지를 초월했기 때문에 혹은 계속 다다를 수 있도록 염원(念願)을 담아서….

술이 당뇨(糖尿)에 제일 나쁘다는 사실, 우리 두 사람 명심해야 한다.

두서없는 이야기였지만 한해 동안 많은 성원을 해주신 분들에게 표현 못할 정도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기한 F&B 교촌치킨 부회장·前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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