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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단상] 새해 벽두의 수(數) 타령

 

지난해 동짓날 대산 김석진 선생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특강의 내용은 황석공(黃石公) 소서(素書) 였다.

팔순을 넘기신 선생은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동지(冬至)에 따른 의미를 ‘겨울에 이르렀다’는 것과 ‘하나의 양이 처음 생기는 날’로서 밝고 따뜻한 기운이 가장 추운 시기에 시작됨을 말씀하셨다.

끝 간데 없이 추울 것만 같으나 이미 따뜻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으니 천지의 변화는 흔들림 없이 세상의 중심을 잡아 이끌어 주는 이치로서 우리의 일상에 천지(天地)가 있음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일깨워 주셨다.

강당을 꽉 채운 청중들은 선생의 말씀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자 하는 이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왜 “‘황석공 소서’를 지금 강연하고 있는가?” 라는 반문으로, 대산선생은 아직도 강연을 통해 선현의 지혜를 현재적 진행형으로 후학들에게 전해야 하는 책무가 남아 있음을 전하시며, 함께 하는 이들이 황석공 선생과 인연 있음을 내비치셨다.

진나라 때 은둔자인 황석공이 소서에서 전하고자 했던 것은 도(道), 덕(德), 인(仁), 의(義), 례(禮)를 바탕으로 강유(剛柔)와 진퇴(進退)의 이치를, 근원과 시작, 바른 도, 사람의 뜻을 구하는 것, 덕을 근본으로 하고 도를 높임, 의를 따름, 예를 편안히 함 등에 대한 것이었다. 잠시 황석공의 마음이 돼 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근원에 대해 잊지 않으며 체득해 일상에 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강연 내내 어쩌면 내가 살아오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들과 옛날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가슴치는 절절함이 올라왔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이리저리 바쁘게 살아왔는데,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상(象)을 세우지 못하니 좌충우돌하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왔다고는 하나, 지나고 보니 후회되는 일들이 떠올라 부끄럽기 까지 했다.

새해가 다시 찾아왔다. 무슨 수(數)를 내어야 겠다. 나를 통째로 바꿔버릴 수야 없지마는 변화를 줄 수는 있지 않겠는가? 비록 작심삼일의 경험을 수십 년 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끝까지 온듯하다. 지난연말 황석공 선생을 마음으로 받아 안으며 뿌듯해 했던 느낌을 지속하기 위해 뭔가 행동이 필요하다.

이러해서 선현들의 말씀을 찾아 읽고 접하며 호연지기의 큰 뜻을 일상생활에 구현 해보자는 의미에서 상(象)을 세우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우주만물이 이치의 작용에 의해 이뤄지지만, 그 이치는 육안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이 나고 살고 기르고 죽는 이치는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상을 만들어 놓은 후, 상을 보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이치를 알게 된다고 한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상대로 산다고 하는데 이를 ‘꼴값’이라 한다.

올 한해 나의 꼴값, 가족의 꼴값을 세우고, 한발 나가 내가 사는 고장의 꼴값도 생각해 본다.

내친김에 나라의 꼴값도, 세상의 꼴값도 세워보면 어떨까? 너무 큰 새해벽두의 바람일까? 바람(望)이 바람(風)으로 그치지 않게 각자가 힘쓰고 정성을 기울이는 과제가 주어졌다.

새로운 해의 시작이지만 남은 날은 360여일 이니 매일 매일 작은 상들을 세워 나가면 둥그런 원으로 그려지는 풍성한 한해가 될지도 기대도 해 본다.

토끼의 지혜로움과 순발력을 상(象)의 바탕에 두면, 신묘(辛卯)년 끝 무리에는 토끼가 호랑이로 변해 있을 줄 누가 아는가!/김미경 갈등관리조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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