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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투쟁 탈피’ 전교조, 국민 속으로

 

지난 12월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정진후씨(54)는 현재 평범한 교사로 돌아왔다. 그는 4년만에 수원 제일중학교 국어교사로 복귀했다. 새학기 수업준비를 위해 두문분출 하겠다고 언론에 말했었다. 전교조 20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조직을 이끈 인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에 이어 위원장에 당선돼 교단을 떠나 있던 4년이란 세월동안 그가 겪었던 소용돌이속의 현장에 못지않게 다시 돌아온 교육현장 또한 굵직한 변화들로 인해 서먹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 전위원장이 학교로 돌아온 소회가 남다를 것이다.

지난 2008년 12월 이른바 일제고사 사태로 교육계가 시끄러웠을 때 당선된 그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터져 한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6월에는 교사 시국선언 사태로 조직 본부가 사상 처음 압수수색을 당했고 올해는 민주노동당 가입교사들에 대한 검찰수사와 징계 등 메가톤급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임기를 불과 10여일 남겨두고 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집행부는 정부와 대화를 통해 난제를 풀어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단식할 때 빼곤 늘 정장을 갖춰 입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국민정서에 근거해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했다.”

전교조를 이끌 새 위원장이 탄생했다. 장석웅 전교조 신임위원장이 인터뷰에서 ‘투쟁중심 탈피’를 선언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농성, 집회, 단식 같은 물리적 투쟁을 지양하고 수업개혁과 학교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대의원 대회에서 투쟁조직 중심의 인력과 예산체제를 대대적으로 재편해 학교혁신과 정책조직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노선 대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읽힌다.

장 위원장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국민과 전체 조합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조합원 이탈 현상이 있었다”는 반성을 전제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대표적 정책으로 ‘교원평가 반대 투쟁’을 꼽았다. 교사들도 평가받아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교사들의 기득권 안주를 오히려 비호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점이 국민을 실망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교사들에게 대비할 기간도 주지 않고 체벌금지를 도입하는 바람에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해 우려하고 있다고 진보 교육감을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장 위원장이 ‘투쟁중심 탈피’를 선언한 배경은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 경기 등 6곳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교육계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데서 찾을 수 있다. 전교조는 정책제시와 선거운동을 통해 진보교육감 탄생에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동시에 과도한 정치투쟁으로 쌓인 부정적 이미지가 진보교육감 측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조합원 이탈로 갈수록 입지가 줄어드는 내부 환경도 신임 집행부에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조직에 대한 끊임없는 탄압이 이어졌고, 민주노총 성폭력 파문 등으로 인한 도덕성 실추는 전교조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같은 신임 장 위원장 화해 제스쳐의 걸림돌은 내부 강경파의 반발 가능성이다. 위원장 선거결과 전체 조합원들의 의지는 ‘이제 투쟁 이미지 만큼은 벗자’는 쪽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강경 투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가진 조합원도 결코 적잖아 기존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만만찮은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지난 12월 언론과의 당선 인터뷰에서 장 위원장이 “교원과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자유를 허용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밝힌 데 있다. 장 위원장은 당선자의 자격으로 “교원과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교사들도 시민의 보편적 권리인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안병익 부장검사)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정 정당을 불법 지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 등에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어긴 경우다. 정 위원장이 정치활동을 강력히 추진할 경우 정부와의 충돌과 대립국면 전환으로 그의 온건주의가 하루아침에 깨질 우려가 있다.

참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1989년 출범한 전교조는 초창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민주화에 헌신해 권위주의적 학교문화를 개선하고 교사와 학생의 인권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교육’과 ‘참스승’을 내세웠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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