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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주민투표로 무상급식 논란 끝내자

 

오세훈 시장 發 무상급식 논란이 전국민의 관심사항이 됐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무상급식 관철을 선거 최대이슈로 띄워 톡톡히 재미를 봤다. 민주당이 장악한 대부분의 지방 의회에서는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간 무상급식은 포퓰리즘 이라며 반대를 부르짖어온 한나라당 단체장들 가운데 일부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볼썽사나운 일도 목격됐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달랐다. 목적이야 어찌됐든지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의 서울시의회에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주민투표를 실시해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비판하며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한 오 시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이미 평가를 받은 무상급식에 대해 다시 투표하려면, 시장선거를 다시 해보면 검토해볼 만하다”며 오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에도 오 시장은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주민투표 실현을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서울시당을 4개권역으로 나눠 당협위원장 모임을 주선하며 당차원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서울시는 17일 열리는 서울시의회에 ‘무상급식 주민투표 동의 요구안’을 발의할 예정이지만 서울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서울시의회가 주민투표를 거부하면 주민 42만명이 투표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는 지역구당 1만명을 끌어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오 시장은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비공개 조찬 간담회에서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에 강한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한 의원들도 야권의 전면 무상급식은 ‘세금급식’, ‘부자급식’으로 잘못된 정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울시의회에 발의된 ‘무상급식 주민투표 동의 요구안’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시의회 의석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이미 반대 입장을 밝혀 요구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초당적 차원에서 국민적 분열을 야기하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을 하루빨리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주민투표를 받아 들이는 것이 순리라고 보인다. 무상급식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차별없는 복지를 실현해 학업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순수한 의지 보다는 미래의 유권자를 의식한 장기집권 시나리오에서 비롯되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민주당의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또다른 방법은 주민투표 청구권을 갖고 있는 시민 총수의 5%인 42만명의 서명으로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서울시민들은 서명운동참여로 주민투표를 관철시켜 무상급식으로 인한 여·야간, 좌·우간 극심한 대립을 불식시키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무상복지’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가늠해보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이같은 오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놓고 시의회 민주당측은 “불철주야 시정을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대권 욕심을 위해 밤마다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등을 만난다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잠재적 대권주자인 오 시장이 무상급식에 계속 반대할 경우 장기적으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며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일에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무상급식의 위력에 꼬리를 내린 일부 한나라당 정치인들과는 구별되는 대목이다.

마침 무상급식 반대의 원조격인 김문수 지사의 발언이 있어 소개한다. 14일 서울 노블레스웨딩컨벤션에서 열린 경기도민회 신년하례회에서다. “허재안 경기도의회 의장님이 높은 정치력을 발휘해 무상급식이 (올해 예산에) 반영이 안됐다. 초당적 협력을 해주신 허재안 의장님과 도의회, 김상곤 교육감님에게 박수를 보내달라.”

오 시장이 제안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성사돼 무상급식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토대가 됐으면 한다. 오 시장은 이 일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고 했다. 결과에 따라 무상급식이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 지형을 바꿔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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