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안병현칼럼] 정부정책 비웃는 대기업의 부도덕성

 

중소기업이 천신만고 끝에 대박을 쳤다고 치자. 이제는 발을 뻣고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중소기업인은 없다. 대기업이 물량과 자금력을 동원해 치고 들어오면 하루아침에 시장은 무너지고 중소기업은 쪽박을 찰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중소기업들 10곳 중 8곳 정도가 최근 1년간 대기업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돼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얼마전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전국 중소기업 27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는 최근 한 해 동안 대기업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78.0%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의 81.0%는 대기업이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피해의식’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전국의 82개점포에서 가격은 3분의 1에 크기는 20% 정도 큰 통큰치킨을 판매하자 대기업이 대표적인 생계형 업종인 치킨 시장에 까지 뛰어들어 시장을 흔들어 놓는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대기업의 지역상권 장악하기의 예로 꼽힌다.

건설현장의 불공정 거래관행도 여전하다. 대기업으로부터 아파트 건설공사를 하청 받고도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돼 부도를 맞기도 한다.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현금으로 직접 받아 가면 하도급 업체에게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기간의 어음을 끊어주는 일이 허다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중요한 시점에서 대·중소기업 상생 문제를 담당할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13일 출범했다. 이 자리에 동반성장위원으로 24명의 위원이 위촉됐는데 대기업 대표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이 참석해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에 앞장서기로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밝힌 ‘올해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의 구체적인 정책 과제의 하나로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과 정부의 대기업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노력에도 이와는 상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도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벌이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지방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아파트 시행사의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

두산측과 계약을 맺고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는 A사 관계자는 두산의 요구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에서 전례없는 모델하우스 시공비와 선급 공사비 명목으로 6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급한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틈을 타 두산측이 분양일자를 연기하는 방법으로 PF만기에 쫓기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두산측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A사에게 시행권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A사와 두산측의 계약서상에는 두산이 시행권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A사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특히 두산측은 PF 대출금 변제가 안될 경우에 대비해 보증인의 자격으로 대신 변제하고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A사 주주들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시행권을 압박하고 있다고 A사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법조관계자들은 두산측이 거래상 지위남용, 이익제공 강요에 해당돼 불공정거래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약정기간 내에 모델하우스를 짓지 않아 아파트시행사의 사업시행자 지위를 잃게 한 시공사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박희승 부장판사)는 “D시공사는 견본주택 건립비용의 선지급을 요구하며 캐시플로우에서 정한 기한 내에 견본주택건립을 지연하는 등 사업약정에서 정한 착공의무·협력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아 입주자모집공고신청을 반려받는 등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라며 “노력을 통해 상생 차원을 넘어 진정한 동반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중 두산그룹 만큼 인수합병(M&A)에 일가견이 있는 곳도 드물다는 말이 나온다. 새 사업에 대한 발굴과 관련기업의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M&A에 대한 막대한 노하우를 쌓은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힘없는 지역의 중소기업을 돈줄을 조이는 방법으로 사업권을 획득하려는 두산중공업측의 행태는 정부의 상생정책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안병현 논설실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