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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유급 보좌관 ‘거수기’에 불과하다

 

경기도의회만 보더라도 요즘 도의원들의 주가가 상종가다. 종전처럼 여당 도지사에 여당 도의원들이 도의회를 점령하고 있을 때만해도 도의회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였다. 도민들은 거의 도의회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은 여당 도지사에 야당 도의회를 만들어줬다. 말마따나 의회가 제동을 걸면 아무 것도 못하는 세상이 됐다. 도의회의 힘이 요즘처럼 막강하게 먹혀든 적도 없었다.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던 덩치 큰 행사들도 도의회에서 예산을 깍으면 그 사업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간 정확히 말해 도지사와 도의회 민주당간에 예산을 나눠 갖는 이른바 ‘예산 빅딜’이 이뤄지는 세상이 됐다. 도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들에 대한 예산심의는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또 ‘빅딜’의 이면에는 도 산하기관장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기관별로 도의회 상임위원장을 맨투맨으로 맡아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환심을 사기도 한다.

여소야대의 좌절이라고나 할까, 도지사가 도의회를 쥐락펴락 하던 시대는 지나고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해 말 도의회는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도의원에게 지급될 스마트폰 예산 9천216만원을 포함시켰다. 도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도의회는 슬그머니 이 예산을 집행하지 말 것을 의회사무처에 요구하는 촌극을 빚었다.

스마트폰 예산은 도청과 도의회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2011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도의회 의장단을 비롯한 각당 수뇌부를 초청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연스레 새해 예산안 심의에 대한 협조요청이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도의원이 도지사에게 스마트폰 예산을 요구했다. 김 지사는 관계관을 불러 즉각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정보통신료(공공운영비)’라는 명목으로 9천216만원을 본예산에 끼워 넣게 된 것이다.

같은 시기에 도의회는 2011년도 예산안에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인 ‘가정보육교사’ 지원금 9억8천여만을 전액 삭감했다. 가정보육교사 서비스는 36개월 미만 영아를 양육하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실시하는 사업이었다. 즉각 맞벌이 부부들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도의회는 스마트폰 지급 예산 9천216만원 외에도 도의원들을 위한 인턴보좌관 배치에 필요한 예산이라며 20억원을 증액했다. “의원들 몫으로는 20억원 넘게 예산을 책정하면서, 10억원도 안 되는 가정보육교사 지원금을 폐지하는 게 친서민이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이때 터져나온 것이 인턴보좌관이었다.

도의회는 유급으로 운영되는 보좌관 도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도의회는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조사원’을 두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기도의회 사무처 설치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 15∼23일 열리는 256회 임시회에서 처리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도의회의 보좌관제 도입이 실정법 위반이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적에 따라 보좌관 대신 ‘정책조사원’으로 바뀐 것이다.

도의회는 유급보좌관제 도입의 당위성을 전문성을 강화해 더욱 철저하게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집행부에 할 말은 하고 예산심의도 심도있게 추진해 도의회 본연의 자세를 견지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의원 혼자의 힘으로 입법활동과 집행부 견제라는 대의명제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개인보좌관을 두거나 행정인턴 및 기간제 근로자 등을 개인보좌관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위반되고 관련 예산 편성은 지방재정법에 위배되는 등 법적 근거의 미약이다. 도의회가 편법을 동원한다는 비판을 비껴갈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도의회가 밝히고 있는 전문성을 갖고 철저하게 집행부를 견제하고 예산을 보다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당공천 제도 아래에서 당론에 따라 거수기 역할에 불과한 도의회로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지방의원들의 정당공천이 폐지되지 않는 선거법에서는 유급보좌관이 지구당 조직책만 늘려놓는 역효과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들이 의원의 개인비서에 머물거나 지구당 행사나 의사당 몸싸움에 동원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을 맡으면서 보좌관제와 인사권독립을 공약으로 내건 허재안 도의회의장은 강력히 밀어부칠 태세다. 조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도지사의 대응에 따라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뜻을 비친 바 있다. 지방의원들에게 지급되는 보수가 오히려 당론을 거스를 수 없는 올가미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 대한 답을 우선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안병현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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