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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애매모호하게 돼 버린 시간배당기준

 

전국 3천673개 고등학교의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신입생이 3년간 계속 체육수업을 받는 학교는 겨우 1천178개교(32%)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 때문이다. 비단 체육교육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준에 소홀할 때 초래되는 결과의 한 사례일 뿐이다.

그 기준을 꼭 지켜야 하는가, 지키지 않아도 좋은가, 차라리 지키지 않는 것이 더 좋은가를 따진다면 국가 교육과정의 ‘시간 배당 기준’만큼 애매하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기준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 기준은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별 연간 최소 이수 시간을 정한 것으로, 체육교과의 경우 초등학교 3~4, 5~6학년은 각 204시간, 중학교 1~3학년은 272시간, 고등학교는 10단위이다.

이 기준에는 기후와 계절, 학생의 발달 정도, 학습내용의 성격 등과 학교 실정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그러나 ‘탄력적 편성·운영’이라는 것이 이유 없이 적게 가르쳐도 좋고, 균형을 깨트려 어느 교과에 편중되거나 터무니없이 많이 가르쳐도 좋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오랫동안 공공연히 이 기준을 무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이 그 예다. 어처구니없다고 해도 좋을 사례는 아예 방학조차 없는 경우다. 그런 학교는 학부모의 동의서를 받아 방학을 없애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무한경쟁을 선도하는 학교’로 대서특필된다. 문제는 무한경쟁 그 자체에도 있지만 고교 교육이 실제로는 대입 준비에 초점을 두고 있는 현실에서 경쟁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고 있는지, 이 경우 시간 배당 기준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예가 바로 자율학교 지정이다.

당초 자율학교는 학습부진아 지도, 개인별 적성·능력을 고려한 열린교육 또는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창의력 계발, 인성함양 등을 목적으로 특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의미했다. 교육과정 기준이 그러한 교육의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자율학교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른 자립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 외에도 교육과정 혁신학교, 사교육 없는 학교, 전원학교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일반학교가 교과별 시수를 기준의 20% 범위 내에서 증감 운영할 수 있는데 비해 고교의 경우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의 50%만 따르도록 하고 나머지는 학교장의 자율적 경영에 맡기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좋은 조건의 학교는 막강한 재량권을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한 학교는 기준을 지켜야 하는 모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기준은 당연히 설정의 목적을 지닌다. 고등학교 교육은 ‘중학교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 개척 능력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 총괄목표다. 따라서 시간배당기준을 변경 적용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이 목표에 비춰 검토해야 마땅하다. 교과에 따라서는 이 기준을 채우지 않더라도 목표 달성이 가능한 학생이나 학교, 교사가 있을 수 있고, 기준을 채우거나 초과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체육이나 음악, 미술, 국어처럼 일상적으로 그 공부를 생활화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유리한 교과도 있다. 가령 한때 체조를 많이 해두면 체력이나 건강이 늘 좋고 체육교육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 미술 교육도 마찬가지고 국어 교육도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런 목적을 두고 대입 준비를 그 사유·목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성교육, 창의성 교육을 위한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은 다음에 이야기해도 좋다.

우선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이 기준의 취지를 잘 살리는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을 찾아 고등학생들도 제때에 귀가하여 가정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밤 새워서 문제를 풀어도 좋지만, 밤새워 책을 읽어도 좋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마음껏 놀기도 하며 지낼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김만곤 한국교과서 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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