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리더] 윤봉구 제18대 경기예총 회장

“경기예총 위상 높이고 정체성 확립
기초예술 진흥 문화 향유권을 확대”

 

지역예술 활성화 환경조성위해 시군 지원비 200% 증액 추진
경기예술 콘테스트 연령별 장르별로 만들어 ‘등용문’ 넓힐터
경기재단, 30~50% 서울극단 지원… 엄격한 심사로 개선해야

올해는 경기예총 창립 45주년. 근 반세기 역사의 전환점에서 50대 초반의 회장이 당선됐다.18대 회장이지만 인물로는 7번째. 역대 가장 젊은 예총 수장이다. 연극배우 출신의 연출가란 점도 처음이다. 변화와 소통을 절실히 바라온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작은 희망의 성취다. 밖으로는 중앙 문화예술의 역차별에 대한 일대 반격을 의미하고, 안으로는 지역 문화예술인의 역량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윤봉구(53) 회장이 꿈꾸는 경기 문화예술의 세상이기도 하다.그는 자신만만하다. 경기 예총의 위상을 높이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고 기초예술을 진흥할 각오다. 하지만 가시밭길이다. 재정적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고 법적 제도적 장치도 너무 미흡하다. 이를 극복하는 게 관건. 그의 확고한 의지와 굳은 신념이 우선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당선됐다. 채 한달도 안돼 당선 사례(謝禮)와 신임 회장으로서의 각 기관단체 예방(禮訪)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 그가 지난 14일 오후 3시 어렵게 시간을 내 만날 수 있었다. 2시간여 인터뷰를 통해 그의 다짐과 포부, 문화예술의 안목을 들어볼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역대 회장 중 가장 젊습니다. 연극인으로도 처음입니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그는 밝게 웃었다.

“상근할 생각인데 할 일이 태산같아요. 어깨가 정말 무거워요.” 그는 이제 5만 경기 문화예술인의 손발이 됐다. 무보수 명예직, ‘예술인 CEO’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 철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에게 왜 출마했냐고 먼저 물었다.

“마감 하루 전 등록했어요. 회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꿈도 안꿨죠. 다만 그간 예총에 수차례 여러 사안을 건의했으나 반영되지 않았죠. 그러던 참에 주변의 권유로 고민 끝에 결정했어요.” 예총의 불성실한 민원 처리가 출마 동기가 됐다는 얘기다. 경기 예총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그는 말 문을 이었다.

“회장 임기는 4년, 제한이 없죠. 하지만 재력가가 아니고서는 연임이 벅차요. 최소 1년에 2천500만원의 사재를 털어넣어야 하죠. 사무실 운영비죠. 경기 예총 직원은 사무처장과 사무차장 등 2명인데, 이들의 인건비는 사회단체보조금을 신청해서 받아요. 시군 문화원의 사무국장은 국비로 지원되게끔 지역문화진흥법에 명시돼 정액보조를 하죠. 현격한 차이죠. 2월 중순인데도 아직 사회단체보조금이 책정되지 않았어요. 시군의 예총도 상황은 마찬가지이죠. 그런데 시군의 예총은 경기 예총보다 더 낫죠. 보통 사무국에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정도가 상주하니까요.”

그는 역대 회장들이 이런 복지문제에 대해 별 신경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사안은 그가 이번 선거 때 내걸은 4대 정책과제의 하나이기도 하다. 예술인의 복지향상이다. 구체적인 공약도 무려 20가지다. 이중 눈에 띄는 ‘경기예총 회관 건립’에 대해 먼저 물었다.

“장기적 계획이어요. 당장은 도(道) 유휴 시설물을 조사한 후 빈 공간이 있다면 활용할 거예요. 만약 별도의 신축 건물이 지어진다면 연계를 검토하고요. 독립된 예총 공간은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센터가 될 거예요. 작업공간이고, 연습공간이고, 장비를 둘 수 있는 창고시설로도 필요하죠. 또 예술인들이 정보사업을 펼치면서 교육센터 구실도 하게 되죠. 공간제공과 편의시설 대여도 이뤄질 수 있죠.”

요원한 문제다.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예총에 대한 예산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지역예술 활성화의 환경조성을 위해 31개 시군의 지원사업비를 200%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그 해결 방법론을 물었다.

“법과 제도적인 근거를 만드는 게 우선이죠. 경기 예술진흥을 위한 조례 개정을 서두를 거예요. 도의 문화정책을 지역예술인들 위한 역점사업으로 키우는 작업이죠. 조례 검토는 아직 못해봤지만 경기 예술인 조항을 신설하거나 기초예술 진흥 조례를 만들 거예요. 지역 예술인들에게 예산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술인들이 활동하는데 자긍심과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정책개발을 해야죠. 각 장르마다 세분화해 발굴해야 돼요.”

그는 여기서 각 장르별 ‘예술 등용문’을 넓히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초예술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어주는 예산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전국체전처럼 경기예술 콘테스트를 연령별, 장르별로 만들어 그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예산 지원에 따른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

“재단의 지원에 안주하고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은 곤란해요.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공감되는 것이 우선이죠. 공적 자금, 도민의 혈세를 쓰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죠. 예술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받도록 예술인들이 노력해야 하죠. 예총이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면 점점 더 힘들어져요.”

해묵은 논쟁일지 모르지만 그는 여기서 ‘문화 향유권 확대와 기초예술 진흥’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폈다. “예산 지원은 우선 기초 예술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죠. 그런데 다소 도민들의 예술적 향유권 확대에 너무 치우치면 곤란하죠. 이럴 경우 지역 예술인들의 역량 강화, 뿌리내리지를 못해요. 절대 혼돈해서는 안돼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 필요성을 인식시킬 때 순조로운 예산증액이 이뤄질 거예요.”

그는 이 대목에 더 할애했다. “향유권은 ‘당장 먹기에는 꽂감이 달다’라는 표현이 맞죠. 이 향유권 확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기초예술이 진흥되는 범주 내에서 이뤄져야 해요. 이를테면 수학의 기초가 다져지지 않으면 과학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기초가 없으면 하루 아침에 무너져요. 기초 예술을 등한시 하면 미래가 없는 거죠. 완성된 작품만 보려고 하면 지역 예술의 활성화는 어려워요.” 내친 김에 경기 예술인으로서의 애로사항을 물었다. 그랬더니 “역차별이 심하다”고 즉답한다. 강한 불만이 섞인 2R의 시작이다.

“현장 예술을 하다보니까 ‘역차별’에 정말 열 받아요. 서울 대학로의 모임에 가면 서울 예술인들이 경기문화재단이 돌아가는 것을 더 훤히 알고 있어요. 연극의 예를 들자면,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도내 극단에는 예산지원의 신청자격도 안줘요. 반면 경기문화재단은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을 서울 측 극단에 예산지원을 해줘요. 재단 측은 주소 또는 직장, 사업장이 경기도에 있다는 이유를 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살펴보면 금새 알 수 있죠. 재단의 변칙 운영이라고 할 수 있죠. 서울 극단은 ‘지원금 사냥꾼’이죠. 심사위원 선정도 그래요. 재단 측은 공정성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인을 선임하지만 모두 서울 중앙의 인물이죠. 그러다보니 그 하부조직도 모두 중앙 인물 일색이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거죠. 전당 내 상주하지 않은 단체가 상당수 있는 것도 문제예요.”

그는 거침없이 쏟아냈다. 현장 예술인으로서의 보고 느낀 것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진정한 경기예총의 발전을 위해서다. 그는 경기도문화의전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수원의 전당’이죠. 공급자만 바뀔 뿐 수요자는 그대로예요. 전체 경기 도민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죠.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도내 동서남북에 있어야 해요. 고양, 의정부, 성남 등 대도시는 갖춰져 있지만 연천, 동두천 등 소도시는 없어요. 도민들의 공평한 문화혜택이고 예술인들의 지원센터 차원이죠.”

그의 흥분을 다소 진정시키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연극을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1978년, 동남보건대 식품공학과에 입학하면서 눈 떴어요. 당시 김흥우(前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교수가 시간강사로 출강했죠. 그 분의 지도로 학내 동아리서클로 연극반을 만들면서 연극인의 인생을 걷게 됐죠.”

이후 그는 사실상의 독학으로 배우에서 연출가로 선회한다. 부천을 무대로 극단을 창단하고 소극장을 열고 (사)한국연극협회의 임원으로서 활동한다. 햇수로 무려 33년이다. 연극인으로서의 보람과 애환, 연극의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물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 콜’을 받을 때의 기분은 정말 환상이죠.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받는다는 것이 가장 흐믓하죠. 연극은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죠. 교훈도 아닌 메시지가 전달돼야 해요. 사회고발이던지, 긍정적인 미래 비전이던지, 분명한 메시지 전달이 이뤄저야 해요. 그 전달 과정에서 관객과 소통해야 돼죠. 관객은 강의를 들으러 온 게 아니죠.”

근래 뮤지컬의 놀라운 반향에 대해서도 그는 언급했다. “사회현상이예요. 인스턴트가 붐을 일으키는 것과 같죠. 정통 연극은 지고지순한 사랑인데 뮤지컬은 현란하죠. 인스턴트 사회가 되다보니 뮤지컬이 뜨는 거죠. 그렇다고 배격할 수는 없어요. 뮤지컬은 흥미 본위이기 때문에 예술을 논하기 쉽지 않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시작한 배경도 그렇잖아요.”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초대권 남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영화 초대권은 달라고 하지 않는데, 공연예술 초대권은 일상화 됐어요. 요즘도 20~30%가 초대권이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죠. 한 두 사람이 아닌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해요.”

그는 경기예총의 올 예산도 너무 미약하다고 말한다. “13억 정도인데 10억은 국악 무용 등 도 협회 사업예산으로 나눠지면 순수 예산은 3억여원이어요. 이것도 경기예술제에 각 장르별로 쪼개면 남는 것이 없죠. 고작 예총은 개막식 때 종합훈련만 핸드링하는 거죠. 신규사업인 동호인 단체지원 프로그램과 지구촌축제인 다문화가정 외국인가정 사업을 하면 땡이죠.”

그래도 그는 ‘출마의 변’에서 공표한대로 진정한 예술인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을 굳게 다짐한다. “예총을 위한 예총은 지양할 거예요. 오로지 예술인을 위한 예술을 펼치고 싶어요. 예총의 존재이유를 밝힐 수 있도록 위상을 바로 세울 거예요. 경기예술의 비전을 제시하고 젊은 피도 수혈할 거예요. 역차별을 예방하고 등용문을 넓혀 경기예술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싶어요.”

그는 자신이 연출한 수십 편의 연극 중 ‘쥬라기의 사람들(1990)’에 대한 애착이 깊다. 탄광촌의 갱 폭발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순수한 광부들이 겪는 노노갈등을 치밀하게 극적 구성한 작품이다. 이 연극의 줄거리처럼 각 장르 간, 시군 예총 간, 갈등을 치유하고 앙상블을 실현하는 것이 그의 첫 숙제같아 보였다.

<약력>

■학력
- 1977년 동인천고 졸업
- 1980년 동남보건대 졸업
- 2006년 한국디지털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 2008년 대진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사

과정 수료

■경력

- 1980년 극단믈뫼 창단(11년간 대표)
- 1985년 (사)한국연극협회 부천지부 창립(10년간 지부장)
- 1987년 연극전용 소극장 극예술공간 개관 운영
- 1993년 (사)한국예총부천지부 부회장
- 1993년 믈뫼포켓극장 개관
- 1996년 전국연극인협의회 부회장
- 1996년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경기지회 창립
- 1997년 세계마당극큰잔치 초대집행위원장
- 1999년 연극전용소극장 열린무대 개관 운영
- 2001년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집행위원
- 2006년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이사
- 2006년 제24회 전국연극제 집행위

원장

- 2008년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
- 2009년 경기사랑예술인회 창립 초대
회장(재)
- 2010년 (사)한국연극협회 제 17대 경
기도지회장(재)
- 2010년 (사)한국연극협회 제 23대 부
이사장(재)

■주요 저서
- 희곡집 ‘복사골의 봄’ ‘조선의 마음’
- 경기연극 50년사



/김동섭기자 kds610721@·이동훈기자 gjlee@

/사진=최우창기자 smicer@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