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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민주 단체장들의 인문학 복고 가치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인문학을 시정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새로운 도시 가치를 창조하는데 중심 테마로 삼으려는 인문학 복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문학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단체장도 있고 자신이 시험관이 돼 승진대상자들에게 고전에서 뽑은 문제를 가지고 직접 시험을 치르게 한 단체장도 있다. 또 다른 단체장들도 독서운동 확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과연 이것이 인문학의 볼모지인 자치단체들에 인문학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민주당 단체장들이 민선 5기에 대거 진출한 후 무상급식과 자치단체의 방만한 대형사업 추진으로 인한 재정 고갈 등을 이슈화하고 또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인문학의 부각이 앞에 언급한 사례들만큼 이목을 끌기에는 응집력이 떨어진다 해도 관심을 가진 단체장들이 연계해 추진한다면 지역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인문학을 활용한 단체장은 최대호 안양시장. 최 시장은 설 연휴 후 첫 출근한 지난 7일 4, 5급 승진을 앞둔 공무원들을 상대로 ‘소양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필기 및 면접시험을 보게했다.

필기시험 문제는 최 시장이 연휴동안 직접 선정한 것이라 했다. 효(孝)·제(悌)·충(忠)의 상관관계, 충언역이(忠言逆耳)와 양약고구(良藥苦口)를 상사나 부하 직원에게 실천해 본 사례 등이다. 또 ‘그 어떤 것도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노자(老子)의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도 있었는데 그는 어느 칼럼에서 이 말에 따라 민심(民心)을 받드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시정에 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험 문제는 인문학에 속한 것들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 문학, 역사, 철학으로 요약되기도 한다. 최 시장은 교육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교수를 지낸 사람인만큼 인문학에 누구보다 친숙할 것이다.

그가 안양시에의 인문학 전파 계획이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다. 단순히 시험문제로만 자신이 익숙하고 공직에 어울리는 부분에서 골라 선택한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서 시험을 보아야 했던 안양시 공직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고전과 도덕과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9일에는 김윤주 군포시장이 산본2동의 한 아파트의 가정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군포시가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영아와 부모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위드북스타트’ 운동의 첫 수혜자인 서정은 아기가 살고 있는 곳이다. 김 시장은 지난 4일 태어난 아기에게 도서대출회원카드와 그림책, 내의, 전자체온계 등 축하선물꾸러미도 전달했다. 위드북스타트는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라는 주제로 출생과 동시에 그림책 등이 담긴 책 꾸러미를 나눠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김 시장은 여기서 더 나가 다음달 10일까지 ‘책 읽는 군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독서진흥시책’을 위한 공모를 진행하는 등 책 읽기 확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신년 브리핑에서 ‘인문학 중심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을 올해 3대 중점시정방향의 하나로 밝혔다. 수원은 정조의 실학정신, 개혁정신, 위민정신이 실증적으로 나타나 있는 곳이면서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어 정조의 얼과 사상을 바탕으로 ‘인문학 중심도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 프로그램이 여러 자치단체에서 틈틈이 진행되고 있으나 단편적이거나 일과성에 그치고 있다.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하는 인문학은 난해하고 그래서 체계적인 입문과정 거쳐야 할 필요도 있다. 인문학 프로그램을 제대로 정착시켜 운영하는 자치단체는 없다.

인문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윤리와 도덕기준을 제시해 준다. 그래서 물질과 효율이 가장 강조되는 이 시대에 그 중요성이 역설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단체장들의 인문학 전파나 책 읽기 저변확대 움직임이 인기 영합이나 정책을 위한 정책으로 그치지 않고 주민의 정서적인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적일 만큼 꾸준하고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의 발굴, 운영과 무었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또 흡수 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조수혁 부국장/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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