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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조재현·손혜리에게 거는 기대

 

사실 시작은 결과보다 중요하다. ‘백사난두(百事難頭)’, 시작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조재현(47) 이사장과 손혜리(43)사장의 얘기다. 휴일인 지난 20일 전당은 아늑한소극장에서 ‘내 생애 첫 번째 공연’이란 타이틀로 문화소외 계층을 위한 사랑나눔 공연을 열었다. 일종의 배려 프로젝트인데 그 첫 장을 이철환 원작의 희망 뮤지컬 ‘연탄길’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이날 초청자는 새터민, 다문화가정,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 440여 명. 2시간 공연 내내 감동의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조재현 이사장은 물론 손혜리 사장도 객석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공연을 지켜봤다. 사실상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이들의 첫 시험무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탄길’을 그 스타트 작품으로 선정한 것은 탁월한 문화적 발상이었다. 원작은 지금까지 무려 400여 만명의 독자를 울린 초대형 스테디셀러 아닌가. 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가슴뭉쿨한 이야기를 꽤 오래 전 어느 은행에 들렀다가 우연히 그림책으로 읽었다. 단숨에 다 읽고서야 은행을 나올 수 있었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됐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날 뮤지컬에서 ‘에피소드1’로 소개된 ‘풍금소리’는 너무 가슴 찡하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라는 대목에서는…. ‘반딧불이’ 등 남은 세 편의 에피소드 역시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깊고 아름다운 사랑을 감동의 눈물로 전했다.

시작은 대성공이었다. 그간 준비과정에서 조 이사장과 손 사장의 고민이 자못 컸으리라. 취임, 아니 내정 될 때부터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입방아를 찧어댔던가. 조 이사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 발언 내용이 두고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추경(追更)’이란 행정 용어를 ‘모른다’고 솔직히 표현했다가 댓글이 넘쳐났다. 정치적 오해도 샀다. 손 사장 역시 40대 초반의 파격 인사여서 기대보단 우려가 더 컸다. ‘문화예술계의 인적 카르텔을 깨는 개혁 적임자’라는 평가만이 유일한 위안이 됐을까. 뒤숭숭했다.

아니나 다를까. 취임 직후부터 전당 내 불미스런 일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몇몇 직원들이 인사에 불만을 품고 사직서를 냈다. 마치 새 사령탑들이 ‘쇄신’이란 이름으로 마구 솎아내는 것처럼 외부에 비춰졌다. 하지만 최근 그 감사 결과가 밝혀지면서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매듭지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프로젝트가 첫 선보인 뮤지컬 ‘연탄길’ 공연을 전후해서다.

조, 손 두 사령탑은 시작에 앞서 6개월여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손자병법에도 ‘이미 발발한 전쟁을 이기는 전략보단 사전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지 않는가.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전당 내 공연장 이름을 확 바꾼 것도 신선한 발상이다. 행복한대극장(대공연장), 아늑한소극장(소공연장), 흥겨운극장(국악당공연장), 신나는야외극장(야외공연장), 빛나는갤러리(대전시장), 소담한갤러리(소전시장), 꿈꾸는컨벤션센터(컨벤션센터), 미소도움관(관리동). 도민들과 소통하는 전당이 되겠다는 작은 의지의 표현인데 이를 실행했다는 점이 높이 살만하다. 이름에 걸맞게 행복하고, 아늑하고, 흥겹고, 신나고, 빛나고, 소담하고, 꿈꾸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전당을 만들어야 한다.

두 사령탑에게 주문하고 싶다. 손혜리 사장은 ‘경기도 문화의전당’으로 거듭나도록 해달라. ‘수원의 전당’으로 격하돼 온 전당을 도민과 도내 예술인들이 공평한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다. 수원여고 출신이라서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조재현 이사장은 현재 경기공연영상위원회 위원장직을 비상근 겸직하고 있는데 이 두 기관에서 받는 연 1억3천여 만원의 수당을 과감히 문화소외 계층을 위해서 기부하면 어떻겠는가. 연중행사로 진행되는 이번 ‘내 생애 첫 번째 공연’을 10~20% 소외계층에 우선 배정하면서 그 예산은 ‘전당과 기획공연사’가 부담키로 했다는데 차라리 조 이사장의 연 1억3천여 만원의 수당으로 대체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생동감 넘치는 조직으로, 문화행정가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조 이사장의 취임 일성과 부합하는 것같아서다. ‘목포는 항구다’의 열혈형사 이수철이가 “한다면 합니다”라고 외치는 그런 극중의 대사처럼 배우처럼…. /김동섭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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