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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지방자치는 실패다

 

지방의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참 웃기는 일이다. 지방의회는 철저히 당을 위해 존재하는 당의 대변기관 이라고 해야 맞다. 세상 얘기를 들을 준비도 들을 생각도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당의 지시에는 일사천리로 움직인다. 당에 잘못 보였다가는 끗발 좋은 지방의원 행렬에서 낙오돼 천민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당의 명령을 ‘금과옥조’ 처럼 여긴다. 고액연봉에 임기가 보장되는 그럴싸한 직업 ‘지방의원’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정당을 초월해 지역발전과 지역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성실하게 의정생활을 하는 의원들도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아울러 밝혀둔다. 그러나 성남시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거의 난봉꾼 수준이다. 폭력과 난동을 스스로 합리화 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성남시의회는 판교주민센터 공공근로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해 물의를 빚은 전 민노당 소속 이숙정(36) 의원에 대한 제명징계요구안을 부결처리했다.

시의회는 25일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이 의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했으나 민주당 측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자 한나라당 측 주도로 오후 본회의에 이 의원에 대한 제명징계요구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 20명, 반대 7명, 기권 6명으로 지방자치법상 제명요건인 재적의원(34명) 3분의 2 이상(23명)의 찬성을 얻지 못해 제명징계가 무산됐다. 시의회 당적 구성은 한나라당 18명, 민주당 15명, 무소속(이 의원 민노당 탈당) 1명이다.

이 의원이 어떤 사람인가. 판교주민센터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며 가방을 던지고 구두를 벗어 바닥에 집어던지는 등 공공근로자 이모(23·여)씨에게 모욕적인 언행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적 공분을 산 장본인 아닌가. 민노당은 즉각 “이번 사태는 공직자로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사안으로, 본인의 대국민사과와 의원직 사퇴가 마땅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민노당에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민노당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이 의원은 사건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는데, 25일 표결 때는 민주당 도움을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노당도 “의원직 사퇴가 마땅하다”고 했던 이 의원을 민주당 의원들이 ‘구제’한 것이다. 정치는 코미디라고 했지만 이런 코미디도 없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웃기는 저질 의정활동이다. “이 의원의 주민센터 난동 정도는 지방의원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하는 듯한 성남시의회가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경기도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도의회의장이 행사하고, 도의원들이 보좌관을 둘 수 있는 내용의 조례안 2건이 23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102명 중 찬성 100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원안가결했다. 잇속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속 들여다 보이는 표결 결과다.

중요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밀어부친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의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방의회 의장의 지방의회 소속공무원 인사에 관한 독립적인 권한을 강화하는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당의 거수기로 당론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의원들이 전문성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보좌관을 원하기 이전에 의원 스스로의 전문성부터 높이는 것이 순리일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도 자체 조례, 규칙 등으로 의원들의 경조사비 한도액(5만원)을 조정하거나 자문위원회 설치 여부, 행동강령 위반 의원 처벌 조항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한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을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구제역이 창궐하는 데 호화판 연찬회를 강행하거나 의원 개개인에게 돌아갈 스마트폰 예산을 책정하거나 분수 지키지 못하면서 집단외유를 떠나는 지방의원들을 지켜봐야만 하는 지역 유권자들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은가. 지방의원이 대단한 권력인양 행세하려는 지방의원들의 눈꼴쉰 모습을 자제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광역의원이 761명, 기초의원은 2천888명이다. 이들에게는 고액의 연봉이 지급되지만 아직까지도 지역 유권자들은 이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지 못한다. 행사장에 나타나는 끗발 좋은 사람 정도로 치부해 버린다. 그렇게 본다면 지방자치는 실패다.

1991년 도입된 지방의회 제도는 올해로 만 20년을 맞았다, 단체장을 뽑기 시작한 1995년부터는 16년이 됐다. 더 할건가 말건가, 국가적인 효율측면과 국민 세금 부담 차원에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지방의원이 돈 먹는 하마가 됐다.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당하면서 예산만 축내는 집단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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