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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오해와 편견

 

월급생활이 어림잡아 35년쯤 된다. 돌아보면 가장 충격적인 것이 사표 사건이다.

소위 십이륙(10.2.6), 신군부가 정권을 잡았을 당시 그들은 나름대로 대단한 사회개혁을 꿈꾸었다,

오만 것을 간섭했다. 진정한 봄은 저 멀리 있다고 언론은 비꼬았다.

어느 날 출근했더니 분위기가 이상할 만큼 착 가라앉아 있었다.

모두 강당에 모이라고 하더니 사표를 내라고 했다. 머리를 짧게 깍은 군인 냄새가 나는 사람이 옆에서 모든 것을 지휘했다. “본인은 원에 의하여 본 직을 사직코져 하오니…”

내용을 불러주는대로 따라 적었다. 선별해서 수리를 한다고 했지만 망치로 뒷 머리를 맞은 듯 어지러웠다. 종이 한 장이 갖는 위력, 월급장이의 운명은 이렇듯 얇았다.

아무리 한우물을 파고 싶어도 타의에 의해 좌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날 저녁 인근의 술집은 우리들로 인해 꽤나 많은 매상을 올렸다. 그 뒤 정말 원에 의해 사표를 내고 고향의 직장으로 옮겼다. 푸근했다.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가 돼 있었지만 출퇴근할 때 아버지에게 다녀 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식 인사가 얼마나 스스로 대견스럽던지…. 그러나 3년을 모시고 하늘나라로 떠나가셨다.

그 뒤 30년, 참으로 복받은 생활이 계속됐다. 능력에 비해 과분한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스멀스멀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아주 심각한 유혹이었다. 그리고 매우 집요했다.

그 처럼 재미있어 매달리던 업무가 시들해지고 매사 짜증만 늘었다. 결국 두 번째 사표를 냈다.

전혀 생소한 곳에서 새로운 업무였지만 함께 일하자는 사람의 인품을 믿고 상경하게 됐다.

이미 호랑이로 변한 아내를 잠시 벗어난다는 유쾌함도 기대됐다. 과분한 대접을 받으며 신선한 경험이 새로웠다. 4년의 세월이 후딱 흘렀다. 보람도 있었지만….

그때 갑갑하고 불만스러웠던 것이 왜 그리 그립던지. 심지어 아내의 잔소리마저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매일 사먹는 식사도 문제였다. 체중은 급격히 줄고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 체중 관리 잘 하시네요”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다.

고향쪽으로 한번 눈길이 가자 평소 하던일이 시시해졌다. 바람이 깊이 든 것이다.

세 번째 사표를 냈다. 지금 나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 하루하루를 보낸다. 새로이 일할 곳은-천문대-하늘의 별을 보는 곳이다. 그리고 몇 가지 공익사업도 한다. 헬기로 산불을 감시하고 또 진화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순진한 사람만이 일할 수 있는 곳이다. 천사같은 아이들의 심성을 별을 보면서 키워 가는 곳이다.

이미 탁해질대로 추락한 어정쩡한 나이지만 그들의 심성을 배워 보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냐는 질문이다. 이미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질문하는데 처음에는 일일이 변명을 하다 끝내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인간관계의 갈등, 그네들이 짐작하는 이유이다. 세상에 갈등 없는 인간관계가 어디있겠냐만은….

며칠 전 격식을 갗춘 퇴임식을 했다. 보내는 사람 떠나는 사람. 우리 모두 솔직했다. 고맙고 아쉬웠다. 그 뒤에도 의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나보지만 일일이 변명을 하는 것보다 세월이 약이라는 체념적 방법을 택하고나니 속이 편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글로 몇몇 진실된 독자들에게 미안하지만 근황을 알리는 겸해서 오해와 편견이란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싶었다.

어쨌던 억울한 것도 이미 과거, 지금은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다. /김기한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前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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