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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의료관광에 대한 아쉬움

 

몇 년 전부터 의료관광에 대한 붐이 일고 있다.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병원에서도 국제클리닉을 개설하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를 포함한 각종 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복지부에서 의료관광에 대한 투자를 경쟁하듯이 하고 있다.

우리의 의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수준일 뿐 아니라, 미국에서 의료 보험을 적용받아 수술하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와서 호텔에 묵으면서 비보험으로 진료를 받아도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히 국제 경제력이 있다.

그런데 의료 관광이라는 표현에서도 나타나듯이 난치병의 치료보다는 한류 바람에 힘입어 피부미용, 건강검진, 성형수술, 쇼핑, 골프 등을 같이 하는 관광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과연 국가 산업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인기가 높은 종목이 선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심장병, 암과 같은 중환자 위주로 발전하지 않으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한류 열풍이 식으면 같이 침체되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의료 관광이라는 용어부터 국제진료 같은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양질의 의료를 제공받기 위해 방문한 환자들을 위해서는 그들만을 위한 관련 산업이 같이 발전해야 한다. 즉 입원하지 않을 경우나 입원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머무를 호텔 시설이 병원 내에 같이 있음으로써 쾌적한 진료를 유도할 수 있으며 입출국 과정을 도와주고 건강을 회복한 후에 관광까지 도와줄 수 있는 여행사가 병원 내에 같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이 영리 목적의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셋째,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쟁에서 뒤쳐진 병원이 마케팅의 강화로 환자를 유치한다면 모처럼 생겨나는 의료 관광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넷째, 현재 일부 병원에서 동남아, 중국, 몽고 등에서 하고 있는 의료 봉사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의료 봉사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술을 홍보해 그 나라 부유층이 한국으로 진료 받으려 오게 하는 직접적인 효과도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따뜻한 우방이라는 국가 이미지의 상승효과도 있다.

다섯째, 문화적 배려와 적정한 수가의 책정이다. 각 나라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보조 인력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비용의 상승을 유발하므로 적절한 수가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여섯째, 모든 의료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을 수는 없다. 따라서 악결과(惡結果)가 발생했을 때 법적인 문제와 보상 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법률 체계에 대한 검토와 정비와 함께 의료 소송에 대비한 보험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인도하면 요가가 연상되듯이 명상과 자연식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존의 템플 스테이를 활용하던가 만일 종교적인 이유로 곤란하다면 현재 몇 군데 개발돼 있는 ‘선마을’ 같은 곳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순한 진료 외에 우리만의 문화를 알려서 국가 이미지를 고양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서비스 산업은 처음 시작할 때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방식으로 시작하다가는 자칫 국제진료산업이 발달할 기회마저 박탈 당할 수도 있다. 일본이 그들의 음식에 많은 공을 들여 일본 레스토랑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고급 식당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료’하면 쾌적하고 뛰어난 의술로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이미지를 갖도록 지금부터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현석 객원논설위원, 의왕현대중앙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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