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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결혼식 소묘(小錨)

 

춘삼월 슬슬 결혼시즌이 다가온다. 책상에 수북이 쌓이는 청첩장, 축의금 부담도 있지만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지갑은 비록 얇아지지만….

비가 오면 종이 장사는 울지만, 우산 장수는 웃는 법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반드시’라할 만큼 혼주 이름 위에 주례XXX, 이렇게 기명(記名)을 하고, 또 청첩인도 적어 놓았다. 주로 집안 대소가의 유명한 분들로 구성했는데….

아마 가세(家勢)가 너름을 자랑 함이리라.

요즘 가끔 주례 부탁 때문에 골치 아프다. 스스로의 미천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주례 자격 이란 것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자고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결혼한 자녀들이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품행(品行)도 방정해야 한다. 특히 이 대목에서 자신이 없다.

그러나 턱도 없는 사람에게 주례 부탁이라니…. 저 사람 정말 분수없는 사람이라고 흉보면 어쩌나?

처음 주례는, 강제 봉사 활동이었다. 나이 서른 중반, 식장 중간 중간에 연탄난로가 벌겋게 난방을 한 원시적(原始的) 시절이었다.

산림조합장이 주례를 하기로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아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 했다.

지금이야 핸드폰으로 금방 확인 할 수 있지만…. 혼주가 슬슬 다가오기에 동물적인 감각으로 화장실로 피했는데 좁은 바닥에 금방 붙잡혔다. 그 뒤… 세월이 엄청 지난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 거린다. 집에 돌아오는 길, 산림조합장 이름 뒤에 쌍욕을 섞어서 혼자 실컷 욕을 했다.

어찌됐던 나의 슬픈(?) 주례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탈북한 가정에서 주례를 부탁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별로 없는데, 거절한다면 믿고 내려온 남한 사회가 너무 매몰찰 것 같아서 일종의 애국심에서 허락을 했는데 주례사 원고를 수십 번 고쳤다.

그만큼 정성을 쏟았다는 이야기!. 농협 무료 예식장 하객이 마흔 명 될까 말까. 탈북자 모임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2명은 경찰서 정보과 형사였다)

신부가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주책없이 근엄해야 할 주례도 함께 울었다. 두 번째 주례도 사례비를 받지 않았으니 봉사 활동 이었다. 세 번째 주례는 스포츠센터 강사였다. 사제지간(師弟之間)인 셈이다.

객지에서 왔기 때문에 아는 이 없다고 때를 쓰면서 조건은 한 달 내로 세미프로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완전한 거짓말이었다. 나름대로 사연을 들어보셨으니지 까짓게 하던 분들, 아마 용서 하시리라 믿는다.

재미난 일화 소개 한다. 평소 강단(剛斷) 있는 유명한 분이 있는데 말이 좀 긴 편이다. 조회 같은 경우 마이크를 잡으면 매번 기록을 갱신한다. 어느 날 직원이 주례를 부탁하면서 제발 짧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란다. 짧고 긴 건 주례 마음인데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신랑이 하도 짧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여러 말 않겠습니다. 행복 하게 잘 사십시오 주례끝!”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쳤다.

신혼여행에 돌아 와서 인사를 온다고 하니 겁이 덜컹 났는데 뜻밖에도 “선생님 정말 명 주례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더란다.

장광설(長廣舌)을 펴서 하객들 하품 나게 하는 것도 흉하지만 공자님 말씀하시길….이런 유형도 반갑지 않다. 남 앞에 나서기 그리 싫어했던 성철 스님도 평생 주례를 두 번 섰다.

모두 공양주(供養主)(절에서 부엌일을 하는이)의 자제 였단다. 하여간 앞으로 어쩔 수 없더라도 봉사활동이 대부분! 그나마 아직은 양심이 조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기한 객원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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