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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한국 고교생 어머니들이 살아남는 길

 

드디어 어머니들이 ‘입시전쟁’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소극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수만 명이 모여 보다 적극적·직접적 전선(戰線)을 구축하고 “우리가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입시혁명 사이트’라고 불리는 ‘국자인’(cafe.naver.com/athensga) 이야기다.

‘국자인’이란 ‘국제교류와 자원봉사와 인턴십과 비교과’의 약자(略字)이다. ‘국제교류’ ‘자원봉사’ ‘인턴십’ ‘비교과’ 이 카페의 정체를 설명하자면 이 단어들의 뜻을 그대로 새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녀와 함께 대학입시를 치른 어머니들이 스스로 체득한 정보와 노하우를 모아 고3 어머니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속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든 카페의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자녀가 여러 명이라면 정권마다 바꾸어온 대입·고입 정책과 그에 따라 더욱 정교해지고 비대해지는 사교육의 상술(商術)에 지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입학전형의 다양화를 추구해온 결과 2011학년도 4년제 대학 수시·정시 전형의 종류가 3천600가지를 넘게 됐고, 최근에는 성적은 물론 봉사활동, 적성 등 이른바 ‘여러 가지 스펙’을 요구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관련 컨설팅업체에서는 막대한 상담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새벽에 자녀를 깨우고, 이슥한 밤에 데려오고, 한꺼번에 10여개 대학의 원서를 써보지 않았다면 그 어려움과 고생을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 우리의 입시전쟁이다. 더구나 재수생의 부모라면 입시전형의 용어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자신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고, 자신이 못나 자식에게 그 고생을 시키는 것 같은 자괴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솔직한 토로일 것이다.

‘국자인’은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일반회원, 국자인 회원, 지지후원회원, 알파회원(공교육자문단)이 참여해서 입시전략 스터디, 입시상담, 비교과 활동 정보수집·공유, 교육전문가 특강, 국제교류·봉사 기획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다가 그 어머니들이 “0교시나 야간자율학습, EBS 청취지도 같은 건 차라리 우리가 하겠다” “진도를 나가는 건 몰라도 문제풀이 지도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일은 ‘국자인’ 카페 운영보다 시시하다고 본다면 그렇게 나설 리 없다 해도, 다른 걱정도 있다. 카페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형편상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다른 수많은 어머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과학기술부에 이야기하고 싶다. 입시정책 방향을 잘 설정하고 굳건하게 지켜가는 일이다. 학력고사를 대학수학능력고사로 바꾼 취지를 잊지 않고 있는가, 대입전형을 다양화하자는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가, 학교교육에서 논술은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 쉽고 단순한 이 물음들에 대답해 보는 일이다. 덧붙이면 그런 정책들이 교사가 할 일, 학생이 할 일을 잘 구분해주고, 더불어 학부모는 학부모가 할 일만 하면 되도록 해주고 있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교과부와 함께 교육청과 학교에서 교육행정을 담당한 분들에게 이야기할 것도 있다. 국민들은 잘 모르는 일로 밤낮없이 고생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카페 ‘국자인’처럼 학생과 학부모를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행정의 핵심으로 삼아야 우리 교육이 떳떳해진다.

교사들이 모여 그런 일을 하도록 지원해주고, 가능하면 학생들 스스로 그렇게 하도록 하면 그게 바로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점이다. /김만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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