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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빵(노동기본권)과 장미(인권)에의 공감

 

3월8일은 여성대회날이다. 103년 전인 1908년 뉴욕의 광장에서 미국의 섬유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매년 3월 8일은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이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7년 째 여성대회를 하고 있으며 올해는 3월7일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슬로건으로 기념대회를 열고 8일에는 명동, 강남역, 신촌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주최로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모여 플래쉬몹 퍼포먼스를 펼쳤다.

엄마의 손을 잡고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 앞을 지나가다 여성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한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저 아줌마들은 뭘 하는 거예요?”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내 딸이 어렸을 때 했던 질문이 생각났다. 3월8여성대회 후 거리행진을 함께 하는데 “엄마, 저 아줌마들은 왜 지금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걷고 있는 거예요?” “응, 여성들이 더 행복해지려고…” 십 여년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전히 빵(생존권)과 장미(인권)의 보장을 요구하는 현실속에 살고 있다.

일하는 노동자로서 최저임금과 최소한의 노동권을 요구하며 청소노동자들이 바람 찬 겨울날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싸우고 있고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팽개쳐진 여성연예인이 자신의 성적결정권을 되찾고자 몸부림치다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들.

마치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자행되는 직장 내 성희롱을 벗어나고자 객장 내에서 농성에 나선 국민체육공단 여성노동자들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고 동일한 노동을 하고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이유로 남성노동자들과의 상당한 임금격차는 줄어들 줄 모르는 것이 내 아이가 훌쩍 자라 고등학생이 되도록 지속되고 있는 많은 여성들의 삶인 것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자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생존의 벼랑속으로 내몰려있거나 교육문제 양육의 문제가 온전히 각 개별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돌려진 오늘 이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자기 아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되받을 것이 마치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예상된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이번 3,8여성대회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 간병 등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 할 것과 일하는 여성들의 일 가정 양립의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또한 여성연예인의 성접대관행을 철폐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아울러 이번 대회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선언을 하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당사자도 아니면서 왜 파업투쟁을 지지하여 문제를 더 확대하느냐고’ 그러나 앞에서 열거한 문제들이 과연 해당 당사자들만의 문제일까?

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에게 질문을 하면 주저없이 돌아오는 대답이 ‘내 딸이, 내 아이가 자랐을 때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해서요’이다.

오늘 보장되지 못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이 훗날 바로 우리 딸들이 자신의 빵을 찾기 위한 싸움으로 지속될 것이고, 오늘 지속되는 성희롱 성폭력을 끊어내지 못하면 바로 당신의 딸들이 자신의 성적권리를 담보하기 위해 또 다시 거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당장은 나와 상관없는 생존과 인권의 문제라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그 문제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당신에게 권하는 관심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하나, 주변에 여성노동권과 인권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여성단체를 찾아 함께함은 어떨까? /김수정 부천여성의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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