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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아프니까 청춘이란다

 

대부분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커다란 의미(意味)를 부여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감격하거나 노여워 할 때가 있다. 백화점 입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늘씬하고 예쁜 처녀들을 볼 때 마다 흐뭇하고, 대견스럽고, 안쓰럽다.

하루 여덟 시간에 월급 백만 원 남짓, 그네들이 근무하는 장소는 호화판(豪華版) 매장과는 달리 겨울은 매우 춥고, 여름은 매우 더운 곳이다. 입 꼬리에 쥐가 날 정도로 상큼하게 웃어야 하는 대가가 명품(名品) 스카프 한 장에도 못 미친다.

그네들 이라고 돈에 욕심이 없을까. 그네들 이라고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를까? 거리에 나부끼는 전단지-월 몇 백만 원 보장(保障)-이런 전단지를 보지 못했을까?

관심이 없었을까? 쉽게 많은 돈을 벌지 않으려는 것 하나만으로 숭고(崇高) 하다. 청춘은 순수하기 때문에 대접받고 모두들 부러워한다. 안쓰러운 것은 과연 그 달콤한 유혹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러나 힘들고 짜증나는 고된 일마저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란다.

그네들도 모두 캠퍼스의 추억을 한 움큼 갖고 있다. 3월의 대학은 가장 활기찬 곳이다. 고등학교 3년간의 살벌한 경쟁을 거치고 겨우 찾은 자유를 맛보는 시절이다. 그러나 요즘의 대학가는 우울하다.

NG족(族) 이란 말 들어 보셨는지? 방송 용어로 흔히들 사용하는데 NO-GOOD의 줄인 말이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NO-GRADUATION을 가리킨다. 청년 실업난 정말 심각한 문제! 백만 명 가까이 된단다. 대학 졸업 후 실업자가 되어 거리를 떠돌다 결국은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는데 이래서 생긴 유행어가 청년실신(靑年失身)이란다. 2003년에 60만 명, 지금은 100만 명. 정말로 답답하다.

결국 10명 중 2~3명은 제때에 졸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5학년은 필수! 그리고 6학년은 선택인가? 그래서 대학은 또 머리를 써서 희한한 제도를 만들었다. 소위 졸업 유예제(猶豫制)가 바로 그것인데 기성회비 20%만 받고 대학생 신분을 유지 하도록 하는 것이다.

길 잃은 학생을 불쌍히 여겨 잠시 머무르게 하는 선행의 의미도 있지만 학생 모집과 취업률은 대학 홍보에 절대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슬픈 기사를 읽었다. 푸릇푸릇한 대학생 얼마나 입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이 많을까?

어느 여학생 일주일에 한번 시장을 보는데 바나나 한 송이, 시리얼 한 박스, 방울토마토 한 팩.

처음 사흘은 방울토마토로 때우고 그 뒤 사흘은 그동안 익은 바나나를 먹는단다. 모든 저녁은 시리얼로 때운단다.

얼핏 다이어트 때문이라면 요즘 아이들 참, 하고 혀를 차겠지만, 한 달 용돈 60만원 가운데 고시원 비용 33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비 2만원, 잡비 10만원. 그러고 보니 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단다. 참 마음 아프고 쓸쓸해진다. 우리네 딸들이 아프고 눈물겨운 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

그러나 녹슬어 없어지는 것보담 닳아 없어지는 것이 났단다. 나라 탓 하려니 하도 많아서 입이 아프다. 청춘이란 파랗게 돋아나는 봄날을 가리키지만 초조하지 말아야겠구나.

플라톤은 나이 50살까지 학생이었다. 베르디는 아베마리아를 85세에 작곡 했단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60세에 시작해 82세에 마쳤단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임권택은 이번에 101번째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말했다. 100번째 습작을 거쳐 첫 번째 영화라고….

초조하지말자! 지금은 세상이 아쉽고 원망스럽더라도 반드시 웃으면서 옛날 이야기 할 때 있을 것이니…. 김남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근사한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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