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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려줘, 안 죽을래, 살래”

생활고를 비관한 30대 주부가 세 자녀와 함께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은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의 떨림과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눌 길이 없다. 제목으로 뽑은 아이들의 절규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엄마 살려줘, 안 죽을래, 살래” 인천 일가족 투신 사건 당시 아이들이 투신 직전까지 엄마에게 울부짖으며 애원했던 말이다.
인천시 서구 가정동 모 아파트에 사는 손모(34.여)씨가 자녀 3명을 데리고 부평구 청천동 모 아파트 4동 14층과 15층 사이 계단으로 가서 먼저 딸 아이 두 명을 투신시키고 자신도 막내 아이와 함께 투신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투신자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보다. 아이들의 절규가 그것을 증명한다. 생활고를 비관한 한 엄마의 살인행위에 의해 안타까운 세 아이의 생명이 비참한 주검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 무시무시한 살인사건 앞에서 차마 말문이 막혀버린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살기 싫다. 죽고 싶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손모씨는 몇 개월 전 남편이 가출 한 후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급기야 아이들과 함께 죽을 것을 결심했다. 엄마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5분여가 넘도록 들려왔다고 아파트 주민들은 투신직전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그 전언이 왠지 야속하게만 들린다.
지독한 생활고에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나약한 엄마의 독한 결심 앞에서 아이들의 절규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절규를 외면한 엄마의 살인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비난이 무슨 소용인가. 이미 모두 고인이 된 마당에 말이다.
아이들의 절규는 그저 허망한 외침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 절규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멍울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손모씨의 나약함에 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을 돌보지 못한 가족, 이웃,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무관심도 책임의 상당부분을 떠맡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일인당국민소득 1만불시대를 넘어 2만불시대를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의 그늘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처참하기만 하다. 당장 자신의 주변을 둘러볼지어다. 혹시 내 이웃의 누군가가 삶의 희망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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