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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겉치레 문화 거두기 함께 나서자

 

일본 동북부 지역의 여러 도시들이 한 순간에 폐허로 변했다. 대지진의 여파로 땅 위에 세워져 있던 대다수의 건축물들이 무너져 내렸고, 수만명 주민들의 생사는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재앙이 일본 열도를 덮친 것이다. 언론에 비쳐지는 참상을 대하자면 허망함을 넘어 구원의 애절함이 솟구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시선을 잠시 달리하자면 이 같은 모습이 오늘에의 기성세대들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반세기 전 3년에 걸쳐 이 땅에서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은 이 나라 전체를 황폐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우리였는데 이제 많은 우리 국민이 일제 강점기의 아픔까지도 삭이고 이웃의 아픔을 달래주려 마음을 모으고 있다. 단지 온당한 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는 너무나도 험난한 세월들을 보내야만 했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온갖 역경을 피와 땀으로 온 몸을 적셔가며 헤쳐 왔던 것이다. 6ㆍ25 당시 60불이었던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지금은 2만불을 상회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과연 오늘에 우리가 이 같은 과거의 우리의 자화상을 자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도 이제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남을 의식하게 되고 또한 허례허식에 빠져들게 됐던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싶다.

하지만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해보자면 이 같은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공동체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는 한낱 자기과시 내지는 허영심의 반로로 비쳐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 같은 행태가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폐해를 끼치게 된다는 점에서 간과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자가용도 큰 것이어야 하고 음식점도 넓은 곳이어야 내켜한다. 어느 외국계 커피전문점의 커피가격은 전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돌 지난 아이의 신발에도 외국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어디 이 뿐이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너도 나도 대학에는 꼭 가야만 하는 곳처럼 여기고 있다. 대학에선 다수의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영어강의를 늘리면서 무슨 대단한 경쟁력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기업체들 중에는 사원 채용을 하면서 학교 간판을 중시하는 듯한 경향을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행사장에 이름표 달고 늘어선 10만 원짜리 화환들이 행사가 끝난 후에 폐기물이 된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식 결혼시키기에 이것저것 갖추자니 기둥뿌리 뽑히기가 예사고, 이쪽에서 돈 뭉치를 저쪽에다 보내면 그 중에 절반이 되돌려져 온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로 행복한지를, 그리고 진정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겉치레 문화를 이제는 거둬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을 돕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저네들의 삶의 모습에도 관심을 갖고 새길 것은 새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겉치레 문화는 결코 선(善)일 수도 없다. 우리 주변에 계신 어려운 이웃 분들의 삶을 정말로 보듬어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자(者)라면 도저히 그런 행태들을 서슴없이 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오늘을 계기로 겉치레 문화를 거두는 일에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민세 고양희망나누기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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