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세상만사] 향약을 생각한다

 

드라마 시청률은 매우 중요하다. 광고 수입과 밀접한 관계도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가장 즐겨 다루는 사극의 주인공으로 장희빈, 연산대군 등이 있지만 조광조(趙光祖)도 빠질 수 없다. 굴곡(屈曲) 많은 삶을 사신 분이다. 삶이 너무나 극적이기 때문이다.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다음 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시청자 들은 TV 앞에 바싹 다가앉는다.

지나친 시청률 경쟁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다 야사(野史)에 논픽션을 가미시켜 역사를 소설화한다. 아이들은 이것을 역사로 배운다. 어찌됐던 조광조(趙光祖)선생에 대해 아직까지 말들이 많다.

이미 굳을 대로 굳어버려 규격화 되어버린 이 씨 왕조의 틀을 혁명적인 방법 외에 어떤 충격으로 부수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런 흠모도 있지만 학문과 경륜이 완숙되기 전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급진적이고 과격하게 개혁하려는 것은 무리, 실패한 쿠데타는 가치가 없다. 이렇게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조선 시대에는 마을의 헌법 향약(鄕約)이란 것이 있다. 그 분의 정치적 공과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아름다운 향약을 제도화 한 분이다. 상부상조(相扶相助)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규약, 이렇게 사전에는 정의(定義)하지만 쉽게 말하면 어렵고 구차한 일을 당했을 때 서로 돕자는 약속이다. 어쩌면 약속은 깨어질 수도 있다. 상황이 그때마다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켰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대수로울 수 있는 이웃과의 약속-옛말에도 있다-천금으로 밭을 사고 만금으로 이웃을 산다는 옛말도 있다.

아시다시피 송나라의 여씨향약(呂氏鄕約)을 정암 조광조선생이 제도화 했다. 향약의 4대 덕목은 덕업상권(德業相勸)-좋은 일은 서로 권한다. 과실상규(過失相規)-잘못한 것은 서로 규제한다. 예속상교(禮俗相交)-좋은 풍속은 서로 권한다.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을 당하면 서로 돕는다.

올 해 일월에 한해의 구호를 환난상휼(患難相恤)로 하자고 올해 들어 경기신문 첫 회에 이런 주장을 편 나의 예지(叡智)(?)에 흐뭇했다.

사실 민주주의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비 정신에 다 나와 있다. 평등 정신과 대동 세상이 바로 민주주의인 것이다. 상상을 동원 할수록 더욱 두려운 최악의 재앙이 일본을 덮쳤다. 주위에서 일본을 돕자는 캠페인이 서서히 조직화(組織化) 되고 있다. 참 아름다운 일이다. 진흙 구덩이에 빠져 있는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국가의 재앙(災殃) 속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ㅡ당연히 일본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교역량(交易量)이 얼마인데…. 이런 식의 주판을 놓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이미, 우리가 자랑하는 천재 화가 이중섭 그리고 백남준의 아내가 일본 사람이다. 서로가 한 발자욱도 양보 못할 과거가 엄연히 있지만 어찌됐던 일의대수(一衣帶水) - 좁은 강을 건너두고 있다. 우리는 숙명(宿命)인 것이다

교과서에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은근과 끈기라고 하지만 반드시 추가돼야 할 것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정-인정(人情)이다.

은퇴한 사람들의 생활비 가운데 가장 구차스러운 것이 경조비란다. 그러나 어려운 일을 당해보면 부조가 큰 힘이 된다. 한편 자기반성의 시간도 갖게 되는데 “과연 나는 이만큼 이웃과 주변을 배려했는지?” 부끄러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좋았든지 싫었든지 간에 엄연히 일본은 이웃이다.

상거래를 떠나서 이웃을 생각하자. 그것이 대인의 풍모! 조광조 선생도 퍽 흐뭇하게 생각 할 터이다. /김기한 객원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