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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개발이란 미명에 갇힌 위기의 갯벌

 

마니산 정상에 오르면 강화 갯벌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의 영향을 받은 전형적인 삼각주형 하구 갯벌인 강화 갯벌은 초지대교 아래 황산도 주변의 남단 갯벌과 ‘강화갯벌센터’가 있는 여차리 갯벌을 일컫는다. 단위 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남단 갯벌은 갑각류와 어패류가 풍부해 철새들의 낙원이다. 도요물떼새,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등 희귀철새들이 즐겨 찾는다. 이웃 동막 해변은 강화에서 유일한 모래 갯벌로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그 뿐인가. 장흥리와 장화리, 선두리 석모도, 그리고 장봉도 갯벌 모두 ‘금밭’으로 불리는 천혜의 보물창고다.

이 아름다운 강화의 갯벌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국토해양부가 2017년까지 강화도 남부와 영종도를 18.3㎞의 방조제로 잇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천만조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만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은 영종도에서 장봉도 사이 4.2km를 방조제로 막고 장봉도에서 강화도 서측 남단 사이 7.3km를 막아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다. 또 2016년까지 석모도 일대에 7.8㎞의 방조제를 쌓는 강화조력발전소도 건립할 계획으로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강화의 갯벌들은 고스란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서해연안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 북해 연안 및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특히 국내 최대인 강화를 포함하는 인천 연안 갯벌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천연 정화조다. 국토해양부 자료(2008년 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 갯벌은 2천489.4㎢로 2003년 말에 비해 여의도 면적(2.9㎢)의 21배에 해당하는 60.8㎢가 줄었다. 이 가운데 인천의 갯벌은 전체의 54.6%인 33.2㎢를 차지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갯벌 보전 시민헌장’을 제정한 인천이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갯벌을 가장 많이 없애는 불명예스런(?) 지역이 됐다.

인천시 연간 가정용 전력 소비량의 60% 정도를 생산하는 조력발전소를 인천 연안에 건설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세계가 탐을 내는 갯벌이 발달해 있는 지역에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조력발전소를 지으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무지하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갯벌을 그냥 ‘쓸모없는 땅’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갯벌을 ‘금밭’이라고 생각했다면 조력발전소 건설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갯벌의 생산력은 엄청나다.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는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1ha당 9천900달러로 추산하면서 이는 농경지의 가치인 92달러보다 100배가 넘는다고 평가했다.

강화 불은면에 가면 대안학교인 ‘마리학교’가 있다. ‘(사)밝은마을’과 함께하는 공동체학교다. 이 ‘(사)밝은마을’의 이념이 ‘생명은 곧 하늘입니다’요, 목표가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고, 세상을 살리세’다. 지인(知人)들과 강화엘 갔다가 ‘마리학교’ 성국모 교장을 만났다. 안식년을 맞은 그가 요즘 ‘목숨 걸고’ 하는 일이 강화 갯벌을 지키기 위한 조력발전소 건립 반대 운동이다. 이러한 지역의 여론을 의식한 듯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주 “인천만 조력발전소와 강화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의 반대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에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조력발전소 건설은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조력발전소 건립에 찬성하는 강화군도 “시의 의견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군 내 절차가 우선”이라고 밝혀 이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여태껏 보전논리가 개발논리를 제대로 이겨본 적도, 국책사업이 좌절(?)된 적도 없다. ‘개발’이라는 미명(美名)에 갇혀 갈등의 대상이 된 강화 갯벌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다 본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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