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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품격 있는 지방정치를 기다리며

 

정치만큼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사회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정치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활용하려고 학자나 경제인, 시민운동가, 법률가, 예술가, 일반인 등 정치가 본업이 아닌 사람들도 뜻을 가장 잘 성취할 수 있는 최후 수단으로서 정치를 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치를 통해 강단에서 설파해 온 학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국부를 창출하여 나라 살림을 살찌우며, 광범위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거나 예술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라보고 정치에 뛰어 든다.

그러나 현실 정치판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정치 초년생들은 당선이라는 고지를 넘어서야만 본격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여겨 선거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다. 출마의 전제 조건이 되는 공천(혹은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같은 당의 경쟁자부터 물리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처럼 살벌한 경쟁과 이전투구를 거쳐 비로소 한 사람의 시(구)의원이나 광역의원,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당선되기 전에 가졌던 정치적 이상과 포부들은 냉엄한 현실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기 십상이다.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과 준비한 정책들을 실현하려고 애쓰지만 모자라는 예산과 미비 된 법령, 경쟁 정당의 견제, 정치력 부족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 임기 중반기에 이르러서는 정치 초년생들은 공약과 정치적 이상은 잠시 제쳐놓고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골몰하게 되는데 공천(경선)에 영향력을 가진 정치권력에 줄서기를 잘 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 되어 버린다. 다음 선거에서 공천(경선)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경쟁적으로 상대방 정당(혹은 단체장)과의 관계에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고 소속 정당의 당론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정책의 차이가 별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기초의회와 기초자치단체의 살림살이에까지 정당 정치의 입김이 휘몰아친다. 소속 정당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려고 편법 날치기와 멱살잡이를 마다하지 않는 살벌한 국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기초의회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지방의회의 다수파와 자치단체장의 소속정당이 다를 경우 자기당 소속 자치단체장일 때 흔쾌히 통과시켜 주던 동일한 사업의 예산안을 전액 삭감하거나, 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부결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소속 정당과 지지자들은 잘한다고 환호할지 모르지만 일반 시민들은 다수당의 횡포 또는 시정에 대한 발목잡기로 볼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자기가 소속된 정파의 이해를 관철시키는데 집중하다 보면 전체 시민을 상대로 하는 큰 정치를 펼칠 기회를 포기한 채 경쟁 정당(단체장)과의 네거티브적인 쟁투에만 매달리는 된다. 시민들은 결코 우둔하지 않다. 시민의 대표가 생산적인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자신(소속정당)의 이익추구에 골몰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여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한다.

지방 정치는 중앙에 비해 획득할 수 있는 권력의 크기가 미약하여 경쟁당과의 상생을 통한 협치를 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다. 자치단체장과 의회 다수파의 소속 정당이 다를지라도 지역 사회에 대한 서비스와 복지라는 대의에서 큰 차이가 없으므로 조례제정과 예산승인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시의회가 마련하고, 정책의 입안과 시행이란 하드웨어는 시 집행부가 책임지는 구도로써 서로 윈 윈 할 수 있는 조건이다.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폄하하거나 발목잡기 식으로 정쟁을 일삼기보다는 전체 시민을 상대로 선의의 경쟁을 함으로써 품격 있는 지방정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세 가지 중요 자질을 들기를 대의에 헌신해야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하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균형 감각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자질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아진다면 정치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으로 바뀔 수 있다. /서덕석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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