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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요즘 꽃집 아가씨, 불쌍하다

 

웬만한 집에 난(蘭) 화분 한 두개 있기 마련이다. 그윽한 자태에 비해 비싸지도 또 손길이 자주 가지 않아도 생명력이 길어 좋다. 비용도 수더분하고 또 난이 갖고 있는 의미도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사악한 것을 막아주고 난이 가진 생명력처럼 뿌리내려 오래 번성(蕃盛)하라는 뜻도 있다.

흔히 난을 군자(君子)의 꽃이라고 부른다. 공자 말씀이 난을 가리켜 “깊고 깊은 산속에 자라, 찾는 이 아무도 없어도 나름대로 향기를 내뿜는 선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렇게 칭송했다.

승진을 하거나 자리를 옮긴 사람에게 난을 주고받는 것은 품격 있는 미풍(美風)이랄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꼴불견일 때도 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자신의 발 넓음을 과시하는 듯, 꽃집을 차려도 될 만한 많은 난을, 보내준 사람의 리본을 덕지덕지 붙여서 전시하는 경우 어설프고 어지럽다. 노래방 개업하는데 도지사, 시장, 경찰서장, 이런 양반 이름이 버젓이 적힌 것을 보면 정말로? 혹시?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리본에 붙이는 제목도 너무 거창하다. 경축(慶祝)이라니?

개천절, 광복절 정도는 돼야 경축이란 말을 쓰지 이발소, 미장원 개업하는데 쓰일 말은 아니다. 단순히 축하 할 정도는 되지만 과장된 표현이다.

70년대 히트곡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꽃집의 아가씨는 웃어요…. 그런데 요즘 꽃집의 아가씨는 죽을 맛이란다. 꽃집 경기(景氣)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3월이 되면 신문의 동정난(動靜欄)은 어느 때보다 꽉 찬다. 이때 축하 인사로 대부분 난을 선택한다.

당연히 꽃집 일 년 수입의 반은 삼월이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난 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반부패 청렴성 강화 추진 계획’이란 긴 제목의 서슬 퍼런 경고성 발표를 했다. 공무원의 승진이나 자리를 옮겨갈 때 3만원 이상의 축화 화분이나 선물을 주고받으면 견책(譴責)과 함께 인사고과에 반영 한다고 했다.

3만원, 3만원이라…. 인정(人情) 3만원이 반부패와 청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화훼(花卉)도 엄연한 산업이다. 경기도 사람 말고는 고양시가 어디 있는지 잘 몰랐지만 꽃박람회 때문에 유명해졌다.

17일간 계속된 박람회에 저 멀리 에콰도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40개국이 참여했다. 620만 달러를 수출하고 외국인 관람객 만 명, 총 관람객 18만 명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1/3밖에 되질 않는 네덜란드를 보라. 세계의 대표적인 농업 국가인데 하훼산업이 주종을 이룬다. 국민소득은 2만5천불…. 부럽다.

그네들 긍지가 하늘을 찌른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으나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람이 창조했다.”

한때 경조사에 쌀 보내기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쌀이 남아도는 나라에서는 보관하느라 엄청난 비용을 쓰는 판에 아직도 결식아동이 60만 명인데 포시럽게 웬 꽃! 이렇게 타박 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벼농사 농민 부자 됐나? 비오면 우산장수는 웃지만 소금 장사는 울기 마련이다.

얼마 전 지방 도시에 오래된 버스터미널을 서(西)쪽 외곽으로 옮겼더니 동(東)쪽 사람들 택시비 많이 나온다고 데모하고 야단이란다. 그러나 지독한 가뭄이 오면 우산장수 소금장수 모두 하늘만 쳐다보고 한숨지을 수밖에….

이쯤해서 결론을 내려야겠구나. 현재 꽃집 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난 화분이 최소 5만원 이상이다. 앞으로 이런 가이드라인 정할 때 혹시 어느 한쪽 멍드는 사람 없는지 세심히 살펴봐야겠다.

주인 기다리느라 지친 난도 불쌍하고 꽃집 주인도 불쌍하고 화훼 농가도 불쌍하구나. 어찌됐던 사방팔방에 불쌍한 사람뿐! /김기한 객원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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