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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자식사랑

 

얼마 전 갓 결혼한 막내아들 부부가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 공항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돌아서서 배웅하였다. 삼십이 넘도록 밥상머리에서 생선뼈 발라주며 품어온 자식을 멀리 보내는, 서운함을 추스르지 못하여 밤안개 가득한 공항도로에 눈물을 뿌렸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자식, 그 ‘자식사랑’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

‘흉년에 어른은 배고파 죽고 아이는 배 터져 죽는다’는 말과 같이 자신은 굶어도 자식은 먹여야 하는 것이 부모이다. 부모는 자식을 더 잘 먹이고, 더 잘 입히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하여 어떤 어려움이나 희생도 마다 않는다. 몇 해 전, 북한 황강 댐의 무단방류로 임진강 물이 갑자기 불어났을 때 낚시하던 젊은이가 아들을 먼저 보트에 태워 보내고 자신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심지어 자신을 죽이려한 패륜자식을 용서해 달라고 법에 호소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하나뿐인 자신의 생명보다도 먼저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된다는 것은 신(神)의 뜻,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신은 인간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충실하게 보전(保全)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이 짝을 지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엄숙한 임무를 주었다. 또한 신은 자신의 명령이 잘 지켜지도록 ‘자식사랑’이란 본능도 주셨다. ‘사랑’이란 본능을 주지 않았다면 낳은 자식이 험한 세상에서 충실하게 자랄 수도, 유전자가 대대로 보전되기도 힘들 것이다. 우리는 원초적인 본능에 의하여 자식을 사랑하며, 자식을 위해 온갖 희생도 마다 않는 것이 아닐까?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준 아들 이야기는 ‘치사랑’으로 신선한 감동을 주며 뉴스거리가 됐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들에게 간을 주었다면 ‘내리사랑’으로 어느 부모나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일이 되고 만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은 ‘효(孝)’이다. 효는 본능적인 부모의 사랑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낳고 키워준 공(功)에 대한 보답, 즉 도리(道理)이다. 효는 교육에 의해서만 생긴다. 효 교육이 잘못되어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야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다. 대학생 아들이 자신의 두 부모를 무참하게 살해하였다는 충격적인 뉴스도 있었다. 이웃 일본에서도 부모의 생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식사랑은 결코 버려지지 않지만 부모에 대한 사랑인, 효는 때로 버려지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아이들 걱정이 항상 우리부부의 가슴을 채우고 있다. 그러다 한 번씩, 문득문득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혼자 속울음을 운다. 한편으로 다섯 자녀를 두고도 혼자 외롭게 사시는 어머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자식사랑과 부모에 대한 사랑은 본능(本能)과 이성(理性)차이 만큼 큰 것을 어쩌겠는가.



김용순 시인

▲ 월간 한국수필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가평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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