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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세상은 봄이라 하는데…

 

얼마 전 매화 향 따라 남도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해에도 비슷한 여행을 다녀왔지만 올해 느낌은 많이 달랐다.

국내외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유난히 많았던 최근, 여행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큰 사안들은 뒤로 하고 개인적으로 묶었던 겨울의 어눌한 감정을 정리하고 싶었으나 여전히 한구석엔 아픈 사연들과 고통들이 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그냥 걷기에는 영하를 오르내리며 쌀쌀했지만 차안에서 느끼는 차창 밖의 따스한 햇살은 영락없는 봄빛이었다.

남도의 바닷가는 살랑대는 바람 따라 순천만 갈대숲은 이리저리 군무를 추는 듯했고,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진 산등성이는 부처의 얼굴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세상의 기운이 동쪽으로, 동쪽으로 몰려와 반도의 끝 남도의 바닷가와 맞닿으며 마지막 기운을 부처의 자비로움에 기대었나 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자니 침침하고 어눌했던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더불어 부처의 마음을 닮고자 하는 은밀함까지 올라왔다. 자비로운 마음이 온몸으로 번져 나갈 즈음, 금전산 금둔사에 있는 홍매 앞에 섰다. 향기가 주변을 감싸고 함께 하던 이들은 홍매의 정취에 흠뻑 취했다. 스님이 손수 덖으신 수제차를 내주시며 뜰 앞의 백매와 홍매를 감상할 즈음 대금으로 소문 자자한 일행의 선생님은 대금을 꺼내들고 청아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홍매와 백매의 향이 청아한 소리와 어울어져 묘한 기운을 만들어 낸다. 열려진 차장과 문밖의 풍경은 이내 실내로 들어와 봄의 향기 전해주고, 말없이 차 마시며 봄을 마시던 여럿은 눈 감고 세상의 봄기운을 받아들인다.

해마다 봄은 새롭기 보다는 일상에 젖듯이 지나쳐 왔고, 새봄의 충만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젊은 날에는 봄날의 화창함과 희망, 설레임을 지나쳐 버리고, 이제사 몇 년부터인가 봄날이 설레이는 이유를 알아가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세상을 느끼는 것이 꼭 나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 먹어감에 따라 무심했던 것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의 일상 깊숙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제 바다 건너 이웃 일본의 어려움도, 지난 겨울 내내 강토 곳곳에서 아비규환으로 사라져간 수백만의 짐승들도, 산하 여기 저기 찢기고 흩어져 새로운 물길 만든다는 아픔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 의지를 세워 본다. 천지 자연은 그냥 흐를 뿐이고, 그 흐름에 따르고 못 따르는 것은 인간인데, 역행하지 않고 순행하려는 마음은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찾아온 봄과 같다. 세상은 봄이라 하는데,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 머물러 있다.

매체 곳곳에서 봄소식을 전하기에 앞서 세상의 흉흉한 소식을 전한다. 자연재해를 넘어 인간의 오만은 세상을 핵과 방사능 공포로 몰아가고, 먹을거리로만 생각하는 소와 돼지와 닭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최소한의 예우도 없이 사라져 갔으며, 파헤쳐지고 정돈돼가는 하천과 강둑에서 소리 없는 고통이 전해진다.

이번 남도여행은 붇다와 예수, 공자를 마음에 세우고 사랑과 자비로움, 어짊을 배우고, 세상과 함께 하기 위한 힘 받기 치유여행이기도 했다.

자연의 변화와 흐름에 함께 하고자 했던 성인들의 큰 뜻은 어지로운 세상에 등불이 되었듯이, 세상의 봄을 당길 수 있지 않을 까 기대해 본다.

추운 겨울 눈 속에서 만들어진 매화차 향은 꽃망울 터질 때 마다 세상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향기로 승화시킨다. /김미경 갈등관리조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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