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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다. 그러나 직업은 공인중개사다. 시인과 부동산, 너무 안 어울리는 함수관계라고 가끔 친구가 놀리지만 늘 자유롭고 사람만나 즐거운 내 직업에 대해 항상 자부심을 갖는다. 이웃집 대학생 딸이 워킹비자로 호주유학을 다녀오더니 한국식당에서 된장찌개 먹으려면 한 시간 이상 줄서서 기다려야 되는데 엄마 우리 호주가서 식당이나 하자고 해서 혼내주었다는 말을 듣고 이런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딸를 우리 며느리로 달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원래 호주 땅은 영국 탐험가가 발견해 영국 죄수 10만명을 보내 세운 나라다. 처음 영국인이 들어갔을 때 원주민인 아보리진은 너무 순해서 산으로 사막으로 도망가서 살았는데 그나마 백인들이 옮긴 감기바이러스로 반이 죽었다. 하지만 그보다 10년 뒤인 1769년 영국의 중산층들을 보내 세운 뉴질랜드는 도시계획 시설도 잘 돼 있고 얼마전 지진이 난 크라이스트처치市는 마치 런던에 온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흡사했다. 그러나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용맹해서 백인들과 끝까지 싸워 지금도 수증기 기둥이 솟구치고 있는 온천지구며 반딧불이동굴 등 유명 관광지구의 입장료 수입뿐만 아니라 금융분야까지 경제적으로 널리 포진돼 있다.

사실 마그마가 푹푹 끓고 있는 마오리족 마을에서 그들의 민속공연 때 봤지만 목소리도 쩌렁쩌렁 하고 키도 커서 더 용맹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영국인들이 뉴질랜드에 들어오면서 소와 양만 데려온 것이 아니라 토끼를 데려오는 바람에 다산동물인 토끼의 수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큰 골칫거리다. 이 토끼들이 주로 목장에서 땅굴을 파고 사는데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양들이 우루루 몰려와 토끼굴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토끼가 풀쩍 뛰어나오면 놀라 한꺼번에 도망가다가 많이 다치기도하고 토끼굴에 소나 말의 발이 빠져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니 정부에서 토끼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호주의 자연은 그 옛날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 오랫동안 고립돼 희귀 동식물이 많고 땅도 넓지만 사막과 불모지도 많아 사람들이 서부 해안에 모여 산다. 땅의 넓이는 우리나라의 50배 정도다. 뉴질랜드는 8억 년 전에 바다에서 제일 싫어하는 뱀도 없고 가도가도 끝없는 초원과 설산 특히 만년설이 녹아 수 백 개의 폭포수로 흘러내리는 밀포드싸운드며 블루 밀키색의 호수들, 2억 년 전에 빙하가 빠져나간 U자형 골짜기에서 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쿡 산 가는 길/ 가끔은 가을억새처럼/눈물로 흐르고 싶다/진저리 치도록 아름다운 능선을 지나/나를 낮추고 또 낮추면/가슴 켜켜이 쌓인 그리움도/이 타국의 가을 앞에선 용서가 될까/…<중략>…/세월이 흘러도 신열을 앓는/내 안의 빈 가슴은 야위어 가는데/그대 고백처럼 무채색 추억들도/이 가을엔/눈물처럼 아름다우리라.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의 고민이 고작 토끼퇴치라니…. 취직 못하고 고민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나는 감히 말해 주고 싶다. 대기업사원 공무원이 전부가 아니다 배낭 하나 메고 호주 뉴질랜드로 떠나라. 된장찌개도 팔고 토끼퇴치 연구해 고기는 수출하고 그 나라에선 수석연구원이 될 수 있는 젊은이들이여. 그대는 아직 너무 젊고 세상은 넓다. /황영숙 시인

▲ 수원문학 1회 시부문 신인상 당선 ▲ 자랑스런 수원 문학인상 수상 ▲ 경기문학인상 수상 ▲ 시집 <동강에는 착한 물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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