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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제약 산업의 새로운 희망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외국에서 개발된 약들의 법적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서 이를 합성하여 판매하는 이른바 카피약의 판매가 주류를 이뤄 왔다. 일부 제약회사가 개량신약이라는 것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이는 선진국의 기업들이 만든 약의 구조를 약간 변형시킨 것에 불과했다. 다만 몇몇 제품은 정식으로 외국 기업과 라이선스를 맺고 생산 판매하거나 판매 유통만을 전담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약이라면 일단 카피약의 이미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오래된 약이라고 하여 성능이 떨어진다고 하기는 곤란하나 우리나라 연구진의 노력으로 개발되어 그 회사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약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1999년 SK케미컬이 국내신약 1호인 위암 치료제 ‘선플라주’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FDA승인을 받아 세계에서 10번째 신약 개발국이 되는 개가를 올리는 등 2008년까지 14종의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신약은 없다. 다만 ‘팩티브’가 외국 협력사의 문제로 판매가 부진하지만 뛰어난 약효 때문에 희망의 여지가 있다.

제약산업은 세계 의약품 시장이 약 8천억 달러(900조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방대하며, 하나의 신약이 개발될 때까지의 연구개발비가 엄청난 규모이고 개발 후에도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일단 제품이 생산되면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마진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 15번째 국내신약으로 보령제약이 ARB계열의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를 개발 생산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 환자가 10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고혈압약의 매출은 90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 약이 주목받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도 고혈압 환자의 31%만이 제대로 약을 복용해 정상혈압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향후 고혈압약의 시장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고혈압약은 일반적으로 6가지 그룹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 흔히 ARB라고 불리우는 그룹의 약들은 혈압을 낮추는 기능 외에도 협심증과 뇌졸증의 발생률을 줄이고, 신장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는 반면 기침 등 부작용이 거의 없어 2000년대 들어와서 가장 혁신적인 고혈압약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효능과 낮은 부작용으로 인해 이 계열의 약들이 세계 고혈압약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고혈압 약 처방액인 1조 4천억원의 50%가 넘는 7천5백억원어치 처방되고 있다.

세 번째, 이처럼 전세계에서 엄청나게 처방이 이뤄지는데도 이 계열의 약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등 6개 나라에서 7개 제품만이 생산된다. 소수의 제약회사만이 매출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 ARB계열의 약이 고혈압약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약들과 다른 새로운 계열의 신약이 개발 보급되려면 적어도 10년 정도의 세월을 걸리기 때문에 이 계열의 약들이 당분간 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방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약을 전 세계에서 8번째로 개발했기에 국내에 출시되기도 전에 멕시코와 250억원어치의 수출 계약을 완료했고, 중국 러시아 등 많은 나라와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일단 신약이 출시되면 신약의 효능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관찰하면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방이 늘어나는 점등을 감안하면 몇 년 후에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그 동안 신약 개발이 쉽지 않았음에도 많은 국내 제약회사들이 항암제, 당뇨 등의 여러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해 현재 임상실험 중이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앞으로 10년 후에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세계 제약 시장을 주도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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