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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뉴요커가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헌법1조에 민주공화국이라고 떳떳하게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민주(民主)란 말을 빼고 그때그때 사회의 관심되는 말로 대체시키면 재미난 공화국이 된다. 서울의 지역이기주의를 비아냥거릴 때는 서울공화국, 도박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는 도박공화국, 이 것과는 좀 다르지만 요즘 대한민국을 커피공화국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현재 다방을 제외한 매장 수 기준 8개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지난해 말 2만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러니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릴만하지 않은가….

여담이지만 며칠 전 휴일 한가한 시간이라 재래시장 장터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그야말로 옛날 시골다방 분위기가 그리워 들렀다. 커피 2천원, 생과일주스 3천원, 요구르트 2천원…. 참 쌌다. 인구 3만 규모 읍 단위 다방인데 주인보고 장사 잘 되냐고 물어 봤더니 “아휴! 말 마세요. 다방이 17개랍니다” 다방(茶房)공화국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딱딱한 글, 이야기, 모두 싫어하는 편이라…. 아마 1950년대쯤 군 소재지 마을에 다방이 문을 열었단다. 본시 지방에서 유지(有志)로 행세하자면 모름지기 새로운 문물을 남보다 일찍 경험해야 하는 법!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는데 모두 안면은 있는지라 체면문제로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커피 한 잔 쭉 돌리고 계산은 내 앞으로.” 소위 골든 벨을 울렸단다. 얻어 먹은 또 다른 유지어른 삼십분도 못돼

“이번에는 내가 한잔 사지! 쭉 돌려….” 하루에 열 몇 잔을 마셨으니…. 밤에 잠이 안 올 수밖에.

밤에 평소 본체만체 하던 마누라를 보챘단다. 그 이튿날 다방 앞에는 커피를 사려고 주전자를 든 할머니들이 줄을 섰단다.

커피를 강정제(强精劑)로 착각했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믿거나 말거나 야사(野史)가 있다.

흔히들 서울 일 번지를 역삼동, 서초동을 꼽는데 그 동네에서 근무를 할 때 느낀 것이 있다.

대부분 회사가 5천원에서 7천원의 식비를 점심값으로 지원하는데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도 그와 비슷하다. 소위 강남 오피스걸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 컵이 필수과목이다. 커피는 원가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다. 그네들의 손에 액세서리처럼 들려진 스타벅스에는 문제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제 3세계로부터 공급받는 커피원료, 그들은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할 만큼 싸게 원료를 공급받는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만드는데 원두가격은 넉넉잡아 125원, 커피 값의 삼십분의 일 수준이다.

또 하나는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 컵인데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십삼만 명이 연간 오천만개의 종이컵을 사용한단다. 재활용은 까마득한 희망인데….

커피 잔을 손에 든 직장여성과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각별한 조심해야 하는 짜증과 함께 유명브랜드의 커피한잔 정도 손에 들고 있어야 세련된 도시남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함께 한다.

몇 번 써먹은 이야기지만 과수원집 아이들이 내기 하면 사과내기를 하고 양계장집 아이들은 통닭 내기를 한다. 소위 인이 배겼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중독(中毒) 초기 증세인 것이다. 중독이란 긍정적인 것이 없다. 처음에는 야금야금하다,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드는 것이 중독의 특성(特性)이다.

‘파노블리 효과(effect of panoplie)’란 말이 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상품을 통해 특정집단에 속한다는 착각을 하는 현상이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어린아이가 연극배역에서 장군 역할을 맡았을 때 장군이 된양 느끼고, 경찰관복장을 하고 권총을 차면 경찰관이 된 듯한 느낌…. 모두가 순진(純眞)한 착각이다. 스타벅스 종이컵을 들고 있다고 뉴요커가 될 수 있을까? /김기한 객원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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