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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봄 마중 나들이 저편을 다녀와서

 

몇 해 전 처음으로 임진강을 찾았을 때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팻말이 스산한 풀밭 사이로 우뚝 서 있었다. 당시 가슴이 서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 달 28일 다시 임진강을 바라보면서 임진각에 올라 북녘 하늘을 올려다 볼 기회를 가졌다.

신체장애우들과 함께 임진각을 둘러보고 예술의 마을 헤이리를 구경하는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80여 명의 사랑 나눔 가족들이 버스 두대에 나눠 탔다. 적십자의 봉사원 10여명이 함께해 휠체어도 밀고 손을 잡고 즐거운 봉사로 하루를 보냈다. 이날 나눈 정은 오랜만의 행복, 감동, 최고의 날이었다.

임진각 주변 넓은 주차장은 평일이어서 황량한 채 바람이 찼다. 그래도 파릇파릇 움트고 있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북녘의 하늘로 날아가는 철새의 그림 같은 풍경도 볼 수 있었다. 6.25의 잔상이 진열된 탱크, 장갑차, 비행기, 트럭 등이 상처를 안고 진열돼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지긋이 눈을 감고 그때 그 전쟁을 기억했다.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6.25의 핏물이 저 임진강 속으로 스며 흐르고 있을 것 같아 슬픈 마음이 기쁜 관광을 잠시 거둬갔고 6.25의 생생한 기억이 떠올라 소름도 끼쳤다.

장애우들과 즐겁게 사진도 찍고 준비해 온 간식을 즐겨 먹으며 그들의 웃는 얼굴을 볼 때 나는 찡한 가슴울림으로 더욱 더 사랑의 적십자를 생각하면서 인도주의 사상에 봉사할 수 있는 기쁨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광명시의 적십자 봉사는 참으로 아름답다. 순수하고 해맑은 마음을 지닌 장애우, 팔이나 다리, 언어 등 비슷비슷한 장애우들이 많았고 걸음이 부자유스러워 걷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들은 밝은 웃음으로 우리를 즐겁게 했고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깊숙한 사랑 나눔이 얼마나 행복을 느끼게 하는가를 실감나게 하는 시간이었다.

헤이리 마을로 접어들었다. 박물관은 우리나라 임시정부로부터 현재까지의 연도를 나열하면서 그 시대의 살림살이를 실감나게 꾸며 놓았고 실제로 그 시대의 물건들이 모두 진열돼 놀랐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했다.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역력히 집합된 한 기록물 같은 역사박물관이었다. 연탄불 난로에 도시락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도시락을 먹었던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하루의 오후를 훨씬 넘기면서 문화행사의 하나인 ‘구행 시 짓기’를 하였다. 신체장애우들이 써낸 글들은 너무도 훌륭했다. 심사를 맡은 교수님 등 위원님들도 너무 놀라워하며 등수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다고 칭찬했다. 작은 선물과 시집 한 권씩을 나눠주면서 즐거운 오늘행사도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생각하니 내가 도왔던 그 장애우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또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반갑게 맞이 해주고 싶고 그들을 위해 더욱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다. 이제 완연한 봄은 오고 생명의 뿌리는 씨앗을 터뜨려 가지마다 꽃을 피운다. 신체장애우들에게도 희망과 충만한 행복으로 날마다 기쁨 가득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이제 장애는 서로 사랑해 없애고 희망은 서로 나눠 자꾸자꾸 커지도록 키워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본다. /정기숙 시인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광명문인협회 명예회장 ▲ 광명문학대상 ▲ 광명예술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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