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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셀 김의 ‘더블스톱’과 최혜영의 수원음악진흥원

 

지난 20일과 21일, 하루의 시차를 두고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과 미국 뉴욕州 맨하튼에서 각각 의미있는 음악회가 열렸다. 두 음악회 모두 재능있는 음악인들의 꿈과 터전, 연주활동을 돕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문화적 차이는 너무나 컸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와 지원, 배려는 극명하게 갈렸다.

21일 맨해튼 머킨 콘서트홀에서 열린 ‘더블스톱(Double Stop) 재단’의 창립 기념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공연이 끝난 뒤 리셉션장도 대성황이었다. 지난 1995년 故 김광석과 2005년 나훈아의 공연 때보다 더 많은 국내외 관객이 몰렸다.

재단 설립자는 미셀 김(한국명 김미경·39). 그녀는 악기 살 돈이 없어 빌려서 연주했던 자신의 서글펐던 과거가 꿈나무 연주자들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비영리재단을 설립했다. 이날은 첫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연주회였는데 미국 전역과 유럽 순회 공연을 한 소프라노 이윤아 씨와 중국게 신동 바이올리니스트 칭류 첸(11)도 함께 했다.

반면 하루 앞선 20일, 태평양 건너편 경기도 수원의 장안구민회관 한누리 아트홀에서 열린 (사) MIOS(Music Institute of Suwon:수원음악진흥원)의 ‘April Spring Festival’ 공연장에는 1, 2층 전체 500석 중 고작 8명만이 객석을 채웠다. MIOS의 통산 열두 번째의 공연인데도 너무 썰렁했다. 하지만 MIOS는 이 적은 관객을 두고도 1시간 30분여 동안 최선을 다해 ‘금관 앙상블과 타악기 앙상블의 조화’를 통해 한층 친숙한 클래식 음악을 선보였다.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베에토벤의 운명’,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등 귀에 익은 클래식과 청중 퀴즈를 통해 관객과 흐흡했다.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MIOS는 최혜영(51) 씨가 지난 2008년 11월, 클래식을 살리고 전문 연주자들의 꿈을 보듬기 위해 설립했다. 그녀도 미셀 김처럼 어려운 환경 때문에 뒤늦게 꿈을 펼쳤다. 고교(영복고) 때 고적대장을 지낸 그녀는 결혼 후 외아들을 성장시킨 후 나이 서른을 넘겨 체코 부르노 시립음대에서 유학 풀루트를 전공했다. MIOS 소속 예술단원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앙상블, 소그룹 연주팀, 예비단원 등 무려 100여명. 국내 사설(私設) 음악단체론 유일하다. 그녀는 2년5개월여 지금까지 무려 7억여 원의 사재(私財)를 쏟아부었다. 평균 오케스트라 공연 땐 1천만 원, 이날처럼 관악5중주 등 소그룹 앙상블 공연 땐 400만~500만원 적자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그런데 이런 순수한 민간 문화예술 단체에 관(官)은 외면하고 있다. 지금껏 수원시가 지원한 돈은 1천470만원, 경기문화재단은 1천300만원 뿐이다. 올 가을부턴 전 세계적으로 처음 선보이려는 ‘오페라+판타지’의 새 장르인 ‘수원화성 뮤지컬’을 위한 예산 요청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원시가 모 단체의 축제에 매년 수천만원을 지원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더 놀라운 건 MIOS가 지난해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올해부터 단원들에게 90여만원의 최저임금이 지급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시나’ 였다. 23개 업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수원지역에 배정된 인원은 무려 63명. 기껏해야 2~3명 밖에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늬만 사회적기업’이란 얘기다. 38명을 신청한 MIOS 측으로서는 ‘또한번 관의 말장난’에 놀아난 것이다. 한심한 노릇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브르크’가 왜 최고의 관광도시인가. 모차르트가 태어나서만은 아니다. 도시 어디를 가도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들에게 음악은 삶이고 공기처럼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셀 김의 ‘더블 스톱(Double Stop)’이란 재단 이름은 두 개의 음표를 동시에 연주하는 기법에서 따왔다. ‘음악에 재능있는 어린이가 홀로 가는 것보다 후원자와 함께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다. 지금이라도 수원시와 경기문화재단, 나아가 향토기업도 이 지역 MIOS 같은 민간 예술단체를 십시일반 도와야 한다. 음악은 문화와 경제의 척도다. 한 나라의 음악 수준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경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동섭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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