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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지역예술의 재발견

 

나의 예술기획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 2년 때 본 영화 ‘성난 송아지’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청와대 대통령에게 알려 가족을 구한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을 담고 있는 계몽영화였다. 당시 무료로 천막 극장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대통령 ‘남궁원’, 아버지 ‘허장강’, 아들 ‘김용현’씨 등이 출연했다. 대학시절 ‘김용현’씨는 나의 선배로서 ‘베니스의 상인’이란 공연을 함께 했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내 기억으로는 어린 마음에도 영화의 힘, 예술의 힘에 대해 확신이 섰던 것 같다.

그간 예술기획 분야의 일을 오래하면서 요즘에 드는 생각이 있다. 문화소비자인 관객들에게 ‘예술기획자의 존재는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 문화 예술의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숫자’가 아닌 ‘감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어떻게 ‘소통’시킬 것이며, 더 많은 문화소비를 지역민들에게 시켜야 할까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보통 문화소비에는 검색비용이 적게 드는 유명 예술가 공연을 관객들이 찾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독과점’으로 편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수요’에 의해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저명 예술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현상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예술가들의 무대는 점점 작아지고 있고, 이는 국내외의 일반적인 예술시장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예술기획자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것이 나의 오랜 고민이었다.

지역 예술가들을 지역에서 자랑스러워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육성, 발전시키는 일은 실로 간단치 않다. 정부에서 문화정책의 핵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주단체 지원 프로그램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지역 예술단체의 입장에서는 상주단체의 선정 역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을 찾는 것은 간단치 않지만,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근간부터 다 시 한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해 본다.

예술가나 그 중간 매개의 역할을 하는 예술기획자, 즉 예술경영자는 근본적으로 ‘예술의 힘’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량 복사를 하는 영화라는 문화산업과는 근본적인 출발이 다르다.

따라서 ‘땀’과 그들의 ‘헌신적인 예술의 혼’으로 문화소비자들을 ‘감동’시킨다는 점에서, 사명감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역의 풍토와 환경에 잘 조화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중앙의 ‘저명 예술가’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역 예술사회에서 갖출 수 있도록 예술기획자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마법’은 손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극장경영의 최첨단에 서있는 나의 생각으로는, 시즌 레퍼토리 프로그램으로 지역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발표의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지역민들의 생활 속에 지역예술인들이 재발견될 수 있도록 지역참여형, 밀착형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개발하여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 중요한 것이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외부와 연계해서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영국의 대처 前 수상이 ‘예술도 이제 시장 안에 들어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예술도 이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지원이 목표가 아닌 예술의 힘을 지역에 심는 목적을 가지고 지역예술이 존재할 때, 한번 공연하고 떠나는 ‘저명한 예술가’보다 더 크게 지역의 문화예술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야 할 진실이다. /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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