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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꾀죄죄한 차림새 연기 훨씬 편해요"

영화 ‘적과의 동침’ 시골처녀 서희役 정려원
한국전쟁 시 인민군 점령한 마을 배경
김주혁 유해진 등 명품 배우들과 호흡

 

“소박하고 꾸미지 않은 캐릭터들 끌려, 베스트셀러 아닌 스테디셀러 되고파”

배우 정려원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 점령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 ‘적과의 동침’(27일 개봉)에서 까무잡잡한 시골 처녀 설희 역을 맡았다.

꾀죄죄한 몰골로 방에만 갇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연기했던 전작 ‘김씨 표류기’에 이어 외모 면에서는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역할이다. 최근 만난 정려원은 이 같은 소박하고 꾸미지 않은 캐릭터에 끌린다고 했다.

“사람은 편해야 자기다워지죠. 전 단벌 ‘츄리닝’이나 고무신 차림이 연기하기 훨씬 편해요.”

“내가 창백할 정도로 하얀 편인데 살이 까맣게 탔다”면서 그는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정려원은 “진짜 까맸는데 그렇게 표현되지 않아 섭섭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려원은 이제까지 남녀 주인공 2명이 중심이 되는 작품을 많이 했다면서 ‘오션스 일레븐’ 같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게 자신의 상대역인 김주혁 외에 유해진, 신정근, 김상호 등 많은 배우가 등장하는 ‘적과의 동침’은 “명품 배우들과 같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설희와 인민군 장교 정웅(김주혁)의 로맨스 비중이 적다고 하자 건물이 폭격을 당할 때 정웅이 설희를 지켜주면서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빠졌다고 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드럼통이 날라가는데 언제 로맨스를 하고 있을까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감독님한테 빼자고 했고 감독님도 제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주연 배우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영화에 비해 약하지만 정려원은 “누가 튀고 안 튀고 보다는 하모니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현장에서 받는 기가 뭔지 알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는 밥을 다 따로 먹어요. 여기서는 돗자리 펴 놓고 다 같이 먹었어요. 옛날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았을 것 같더라고요.”

정려원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탓에 촬영이 끝나고 다른 배우들은 술을 마실 때 자신은 숙소에서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렸지만,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촬영이 없는 날도 현장에 가곤 했다면서 웃었다.

2009년 사극 드라마 ‘자명고’가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에 종영하는 경험을 겪은 그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했다. 작품을 고르다 출연 제의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입장이 되니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목 마를 때 만난 작품이 이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시기기 필요한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도 스테디셀러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죠.”

그는 이어 “‘베스트 원(Best One)’보다 ‘온리 원(Only One)’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일등은 항상 깨지게 돼 있지만 나밖에 없다는 건 그 자체로 위안”이라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호주에서 살았던 덕분에 정려원은 영어가 우리말보다 유창하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우리말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사전을 찾아서 보여주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싶은 계획은 없는지 궁금했다.

“오디션은 몇 번 봤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더라고요. 한국인이라면 태권도를 하고 아시아인은 공부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게 싫었어요. 마음은 열려 있어요.”

정려원의 다음 작품은 곽경택 감독의 영화 ‘통증’으로 최근 촬영이 끝났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병으로 통증에 유독 민감한 동현 역을 맡아 권상우와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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