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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염정아 "뻔뻔한 거짓 품는 연기 부담"

재벌가 며느리 복합적 감정연기 매회 어려워
집에선 평범한 엄마… 인숙의 모성 충분 이해

 

■ 종영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 주역 염정아

“결혼 전에는 안 그랬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역할을 빨리 떠나보내는 것 같아요.” 3일 오후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염정아는 유쾌해 보였다. 작품이 끝나고 애들이랑 시간 보내느라 바쁘다며 밝게 웃는 그에게서 ‘로열패밀리’의 김인숙을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그는 “집에 가면 남편과 애들이 있으니까 싹 잊어버린다”며 “촬영장에 가면 배우란 생각이 들지만 집에서 애들이 ‘엄마’ 하고 부르는 순간부터 달라진다”며 웃었다. ‘로열패밀리’로 염정아는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로열패밀리’는 재벌가를 배경으로 그 안에 숨은 갈등과 욕망, 인간적 고뇌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염정아는 드라마의 원작인 일본 소설 ‘인간의 증명’을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원작을 안 읽었다”며 “원작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충격이었다. 원작과 다르게 그려져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염정아가 연기한 인숙은 ‘재벌 2세와 결혼한 평범한 여자’라는 이유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시댁식구들로부터 이름 대신 K로 불리며 ‘없는 존재’처럼 살았다. 그는 혼혈아들을 둔 과거를 숨기고 평생 살아왔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주던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는 시어머니인 공순호 회장(김영애)을 상대로 전쟁을 선언한다. 복합적인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만큼 연기경력 20년차인 그에게도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그는 “매회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과거를 정당하게 보일 수 있게 연기해야 하는 입장이라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초반에 시댁식구들로부터 구박 받는 연기는 쉬웠어요. 그런데 인숙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특히 조니의 죽음 이후에는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안 죽였는데 죽인 척 해야 하고 거짓에 거짓이 막 겹쳐 있는 상황을 표현하기가 힘들었어요. 단조로운 연기선이었으면 쉬웠을 텐데 어려운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본인의 우려와 달리 염정아는 인숙이 자기 목소리 하나 내지 못하던 며느리에서 시어머니를 밟고 재벌가를 손에 쥐는 과정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자신이 숨기고 싶던 혼혈아들 조니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나 아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털어놓을 때 염정아의 흔들리는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는 인숙의 고통과 아픔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두 아이를 둔 그는 “인숙의 상황을 나의 실제 생활에 대입시켜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며 “다만 인숙도 똑같은 인간이라 자식에 대한 마음은 나와 같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저의 최대 단점 중 하나가 진짜 감정연기는 딱 한 번 밖에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미리 대사 숙지와 상황 파악을 충분히 해놔야 해요. 다행히 제가 대사를 잘 외워요. 마지막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장면은 NG 없이 한번에 오케이 했어요.”

‘로열패밀리’는 초반 빠른 전개와 감각적인 편집, 배우들의 열연으로 명품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하게끔 했다. 그러나 극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분산되고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시청률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염정아도 이런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청률 엄청 아쉽죠. 초반 빠른 전개는 정말 좋았어요. 초반에는 방송 보면서 ‘야 진짜 됐다 됐어’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인숙의 아들인 조니가 나타나더니 그 다음 회도 조니 얘기로 이어지고 끝나는 날까지 조니 얘기가 나와서 좀 힘들었어요. 배우로서는 감정의 반복인 상황이라 연기하기 힘들었죠.”

대선배 김영애와 연기 호흡에 대해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친해졌다. 너무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애정을 표했다. “김영애 선배님은 최고의 배우세요. 자기 연기만 하시지 않고 저만 나오는 장면에서도 카메라 밖에서 똑같이 연기해 주세요. 선생님한테 매번 기를 받으면서 연기를 했어요. 같이 연기할 때 전 선생님한테 밀려도 되니까 오히려 부담이 없었어요.(웃음)”

염정아는 조만간 KBS 2TV ‘1박2일’의 여배우 특집에 출연할 계획이다. ‘1박2일’ 애청자라는 그는 “그동안 무거웠던 부분을 털어버리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잘 모르는 사이지만 가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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