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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공공갈등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지난 1월 인천의 한 지방자치단체인 구(區)에서 연락이 왔다. 지역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위한 송전선로 이설과 관련해 조합 측과 반대하는 지역주민이 오랫동안 갈등했던 사안인데, 연말을 기해 조합과 관련한 인허가 사항의 부득이한 변화로 인해 반대 주민의 민원이 심각하여 방법을 찾고 싶다는 것이었다.

발단은 십여년 전 노후한 빌라를 재건축하기 위해 인접한 고압송전선로를 옮기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재개발 조합은 이설비용과 관련한 한전과의 법정싸움에서 1차 승소판결을 얻었음에도, 재개발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이설비용을 조합의 부담으로 해 진행했다.

그러나 이설될 선로가 정해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선로주변에 초등학교가 있으며 아이들의 건강권과 관련 이설반대를 하고, 지중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됐고 이들과 조합은 자녀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일정한 기금을 마련했다.이런 과정의 시간이 5~6년이 흘렀고 자녀들의 등교거부 등 지역사회 최대 갈등현안으로 부각됐다.

이후 최대 쟁점이 됐던 지중화에 대해 전임 시장, 국회의원 등 지역사회의 정치인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걸림돌이었던 재정적인 문제도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임 시장의 결정적인 재정지원약속을 위한 조합, 주민간 서명을 위한 자리에 반대주민들이 참석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반대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단체장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조합의 입장에서는 선거 전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시장이 정리를 한 것은 후임시장에게도 영향력이 있으니 서명을 했어야 하는데도 서명 현장에 나오지 않자 반대 주민들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이설선로가 변경됐고, 법적인 소송과 시간이 흐르며 조합은 비용이 증가되고 사업이 지지부진 하면서 조합임원의 불신임에 직면했다. 법적 절차에 따른 인허가 문제가 정리되고 있음에도 반대민원에 의해 사업진행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자치단체의 무책임 등을 성토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도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자, 자치단체는 하는 수 없이 인허가를 위한 마지막 수순을 밟았던 모양이다. 이것이 지난 12월 말이다.

조합은 곧 바로 이설을 위한 진행으로 들어갔다. 이미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법적인 싸움에서도 조합은 지중화를 하겠다는 약속의 공탁금을 거는 것으로, 주민들은 이설공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의 조정 판결의 결과를 갖고 있었다. 더욱이 이설공사를 방해하거나 공사장에 불법으로 들어올 땐 회당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사업진행의 명분을 얻었지만 조합으로서도 선의에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도의적 부담이 생겼고, 반대주민들은 법적·행정적 절차가 모두 끝난 상태에서 더 이상 싸운다는 것이 명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치단체도 사업진행이 될 경우 주민 간 충돌에 의해 물질적·심적인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

올 2월 자치단체가 갈등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와 도의적인 측면에서 갈등조정의 가능성을 타진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반대 주민들이 이설공사를 심리적으로 인정하고, 조합은 법과 행정 절차 뿐 만 아니라 도의적 최소한의 책임을 통해 주민 간 소통을 했다는 명분이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합과 시, 구등의 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조정합의문에 의해 언론에 공개되며 4월 초 일단락 됐다.

앞으로 지중화와 관련한 민·관협의회 차원의 여러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3개월 정도 갈등조정을 담당하며 느꼈던 것은, 갈등을 해결하거나 조정하기위한 각각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적극적이면서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 자치단체의 노력이 주효했음을 결과적으로 보게 됐다. 어떻게 주민과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많은 자치단체에게 새로운 시사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미경 갈등관리조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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