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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안전한 먹거리

 

얼마 전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간 사료를 먹인 젖소의 우유로 만든 유제품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 후 문제가 된 회사 제품을 포함한 주요 회사의 유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허용량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잠잠해졌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고, 왜 지금은 조용한가 하는 의문이 생길만하다. 문제는 용량이다. 마치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과 같이, 적절한 용량을 복용하면 치료제가 되는 경우조차도 과도하게 많은 양을 복용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됐던 포름알데히드는 유기용제에 많이 들어있는 화학성분으로 주로 새집증후군의 주범으로 지적된다. 자연상태에서는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할 때 쉽게 만들어져서 산불이나 담배 연기, 또는 자동차 매연에서 발견된다. 포름알데히드는 호흡이나 섭취 혹은 피부 접촉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나 비교적 빠르게 분해돼 소변으로 배출된다. 다량의 포름알데히드에 호흡 등을 통해 노출되면 눈이나 코, 목, 피부 등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천식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고, 많은 양의 포름알데히드를 마신 경우에는 통증, 구토, 혼수 증상이 올 수 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늘 접하는 유해물질이기는 하나, 극미량을 섭취한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도 30년 전 해부학 실습 때 포름알데히드를 원료로 만든 방부제인 포르말린으로 처리된 시신을 다뤘던 기억이 새롭다. 실습 때면 눈과 코가 따갑고 불편한 상태로 한 학기를 보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로 인한 후유증은 없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동물이 먹는 사료에 들어가는 농약과 항생제 그리고 중금속의 유무이다.

만일 농약을 사용해 생산한 곡물의 줄기를 먹거나 통제되지 않은 동물용 항생제가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면, 혹은 자동차 혹은 공장의 매연을 통하거나 사료의 처리과정에서 중금속이 들어갔다면, 그리고 소각장 등지에서 많이 발생하며 일단 동물이 섭취하면 잘 배출되지 않는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사료에 들어있다면 이는 포름알데히드 파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원래 항생제는 예방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사료에 배합해 공급한 것이 관행이었다. 다행히 오는 7월부터 사료에 동물용 항생제 첨가 금지법이 발효되지만 그 동안 사료에 농가에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의 여지는 있다.

경제가 발전하기 전에 영세한 상황에서 불결하게 만들어진 음식물이 문제가 된 적이 있고, 중국산 식품에서도 간혹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이 워낙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극미량의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보도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며 내 아이는, 내 가족은 하는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는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며 우리의 식문화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람이 먹는 음식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은 동물의 사료이다. 이는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식용 동물의 체내에 축적돼 고농도의 유해물질을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에 구제역 파문이 일었고, 이번 동물 사료가 문제가 된 것을 계기로 하여 동물들의 축사와 사료를 점검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기준을 엄격하게 정비한 후에 철저히 관리한다면 우리 축산 문화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를 함으로써 한우와 유제품, 국산 돼지고기, 국산 닭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현석 객원논설위원·현대중앙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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