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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 스승의 날 돌아본 나의 교단

 

15일 스승의 날, 청련암 뒷산을 거닐며 교직생활 42년 6개월을 되돌아 봤다. 그 42년 6개월의 교직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일간지와 방송에 우수교사로 소개됐을 때, TBC-TV 인간만세, MBC 꿈나무 대상의 훈장도 받았던 때의 기억도 새로웠다. 돌이켜보건데 나를 이끌어주신 건 학창시절 스승님이었다. 나는 10남매 중 5남으로 태어나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았다. 중학교 입학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 할 때 초등학교 곽원용 선생님이 천안 북중 장학생 선발 시험을 치루게 해주셨다. 당시 그 귀한 전과도 사주셨다. 난 그런 스승의 모습을 보았기에 나도 가난한 아이들에게 입학금을 마련해 진학도 시켰다. 교사 초임 시절 땐 황석마을에서 절미함을 설치해 각 가정에 중학교 진학 저축 통장을 만들어 주었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대한 철저한 실천이었다.

유난히 기억나는 스승님이 또 있다. 육군 장교로 퇴직 후 흙벽돌 찍어 눈 바람치는 교실(당시 재건학교)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면서 하루에도 12번 이상 “하면 된다. 성공 할 수 있다” 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삶의 철학과 신념을 심어주신 전영준 은사님이시다. 그래서 나도 교사시절에 나의 제자들에게 이 구호를 하루에 12번씩 외치게 하면서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삶의 철학을 심어주었다.

지금도 내 제자들은 모두 이 구호를 외우고 있고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가훈이라고 한다. 어떤 제자는 IMF 때 사업에 실패해 자살하려다가 “하면 된다. 안되면 다시하자”라는 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고 재기해 성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영준 은사님은 내게 수업료도 안 받고 밤새워 가르치시어 1년 6개월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시켜 고교에 진학시켜 주셨다. 이 가르침을 이어서 나도 69년 초임 때 장평초에서 20개 마을을 대상으로 저녁엔 사랑의 종, 아침엔 희망의 종소리를 울려 가정학습과 생활지도를 했다. 지금도 지금 밤 10시에 울리는 사랑의 종소리의 창시자가 됐다.

교사 경력 6년 차, 수원 영화초교 근무 땐 쓰레기장에서 폐품이 불타는 것을 보고 쓰레기 분류장을 설치해 판매금액을 통장으로 만들어 줬다. 그 공로로 1973년 청와대 화보에 나와 지금 쓰레기 분류장의 효시가 됐다. 경력 25년 차, 장학사 시절 땐 공중도덕위반학생 리콜제, 기본이 바로선 교육, 돌아오는 농촌학교, 빗물 저수통 설치, 한글미해득자 0%, 양심가게, 무감독시험 정책을 추진했다. 32년 차, 천일초 교장 땐 ‘누군가 할 일이면 내가 한다’ 라는 성실이란 것을 심어주었다. 37년 차, 교육장일 땐 그동안 개발한 교육정책을 광주하남 지역에 모두 일반화 했다. 39년 차, 수원 신성초에서 3년간 자칭 민족사관학교 부설 초등학교를 만들기 위해 민사고를 2번이나 다녀왔다. 그 후 영통지역 초·중·고와 경희대와 협약을 맺고 영어교육벨트화를 만들어 놓고 2010년 8월말 퇴직했다.

그동안 많은 정책 개발추진에서 고통과 시기질투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것은 ‘하면 된다’는 은사님의 가르침 덕이었다. 일엽 스님의 ‘청춘을 불사르고’와 ‘우물쭈물하다가는 내이럴 줄 알았다’ 라는 버나드쇼의 살아생전 묘비명에서의 깨달음도 한몫 했다. 특히 고등학교 이은성 수학 선생님은 회초리를 들고 학생 의자에 올라서서 경청케 하고 목이 터져라 강의하는 모습과 경인교대 사회과 임형진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 모습은 평생 나의 좌표였다. 이제 퇴직 8개월째, 학생 성폭력 예방교육과 독도 사랑 활동에 보람을 찾고 있다. 50대 후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을 읽고 세운 인생 3막의 설계이다. 이 모두가 삶의 철학과 신념을 주신 스승님들의 가르침대로 살아 온 결과이다. 스승님들께 감사 할 뿐이다. /전근배 前 광주하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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