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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촬영하다 죽겠다 싶게 녹초 됐었죠”

강제규 감독 복귀작 오다기리죠·판빙빙 호흡
아이 출생 직후 촬영, 발걸음 무겁기도

 

■ 영화 ‘마이웨이’로 돌아온 장동건

“아이를 낳고 난 후 작품을 선택하는 데 새로운 기준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커서 제 영화를 본다면’이란 기준이죠.”(웃음)

배우 고소영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둔 배우 장동건의 말이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장동건을 만났다. 장동건은 강제규 감독의 8년 만의 장편 복귀작 ‘마이웨이’의 제작발표회 참석 차 주연배우 오다기리 죠, 판빙빙과 함께 칸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을 찾았다.

국내 영화 가운데 칸에서 제작보고회를 개최하는 건 ‘마이웨이’가 처음이다.

장동건과 강제규 감독은 1천만 명이 관람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이하 태극기)에서 찰떡궁합을 보여준 명콤비다.

“영화의 컨셉트 자체가 매력적이었어요. 첫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감독님이 연출하면 바로 답을 드릴게요’라고 말했죠.”

호쾌하게 장담했지만 약간의 우려는 있었다. ‘마이웨이’는 강 감독이 8년만에 도전하는 작품인데다 사이즈도 거대했다. 역대 최고의 제작비였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18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제작비가 300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걱정은 촬영 시작과 함께 눈 녹듯 사라졌다. 연출도 연출이거니와 영화를 찍으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녹록지 않은 리더십을 강 감독이 발휘하면서다.

“막내 스태프의 불만까지도 들어요. 그다음에 자신의 말씀을 하시죠. 현장에 있는 누구도 영화와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세요. 기본적으로 대인배 기질이 있어요.”

장동건은 대사의 60%를 일본어로 소화했다. “완벽한 일본어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강제규 감독의 ‘증언’처럼 차진 일본어 대사는 현장 스태프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장동건은 정작 일본어 대사가 연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갈증은 남아요. 일본어 대사 분량은 ‘로스트 메모리즈’때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일본어 대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면, 반복된 촬영은 그에게 육체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영화를 찍다가 죽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때때로 머릿속을 스쳤다. 첫 촬영 후 보름간 보낸 시간은 여느 영화 한 편을 만든 시간과 비슷할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한겨울을 점령한 살을 에는 추위와의 싸움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당시에는 심리적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갓 태어난 아이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도 그를 힘들게 했다. 육아가 익숙하지 않을 때 아내에게 모든 걸 맡기고 촬영 현장으로 나서는 발걸음도 무거웠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마지막 고비인 라트비아 해외 로케이션만 남은 상황이다. 그는 강 감독이 연출한 전쟁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태극기’와 ‘마이웨이’는 전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태극기의 진태는 처음과 끝이 완전 다른 인물이에요. 하지만 ‘마이웨이’의 준식은 처음과 끝이 똑같죠. 늘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것이 미덕인 시대에 이런 캐릭터가 매력적일까요? 감독님은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게 그런 것 같아요. 한가지 신념을 지키며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 가슴속 깊이 울림을 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뷔 후 하이틴 스타로 줄곧 성장해온 장동건은 “인기가 고마우면서도 연기하는데 있어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이기에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설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서운함도 있죠. 지금은 설렘과 서운함이 공존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왕년에 인기가 많았어…’라는 말을 아이가 실감할 때까지는 인기를 유지하고 싶어요.”(웃음)

아이가 가장 재밌게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부인 고소영과 함께 출연했던 “연풍연가”라며 웃었다.

연기에 대해 말하자, 다시 진지해졌다. 그는 악역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지금 다시 악역에 도전한다면 잘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멋진 악역은 언제든지 남자배우들에게 매력적인 캐릭터죠. 지금 다시 악역을 연기하게 된다면 그때(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찍을 때)와는 좀 더 다른, 좀 더 매력적이고 멋진 악역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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