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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경기도發 지방자치 위기론

 

경기도민은 태생적으로 불행하지는 않았다. 중앙정부에서 힘께나 쓰는 유명인사가 꼭 경기도지사로 임명됐다. 그들은 모두 큰 선물보따리를 갖고 내려와 도민들에게 풀어놓으며 도민들의 환심을 사기도 했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리수를 두거나 도민들의 원성을 사는 일을 하려 들지는 않았다. 관선 때 얘기다.

그러나 지금 도민들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유명 정치인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으레 대권병에 걸려 집안일 팽개치고 밖으로 나돌기 일쑤다. 역대 민선 도지사는 대권욕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특히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대권도전을 위해 도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비록 도지사 임기를 마치기는 했지만 도지사에 당선시켜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오직 대권을 위해 야당으로 당적을 옮겨 도민들에게 ‘배신자’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지사는 선거운동기간 내내 도지사에 당선되면 대권을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할 거라는 소문에 휩싸여야 했다. 소문은 현실이 되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도청주변에 떠돌기 시작한 “도정은 행정부지사에게 맡기고 도지사는 대권행보에 바쁘다”는 얘기를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거슬러 올라가자.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 지사는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중앙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선 후 처음 연 도청 월례조회에서 정부가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면서 주민투표도 안 하고 걸핏하면 도 폐지를 운운한다면서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 지사의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일까. 김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227만표를 얻어 당선됐다. 227만명의 도민들은 그를 도민을 대신해 주어진 임기 동안 경기도정을 잘 이끌어 달라고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방미 기간 동안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당대표 출마의사 표출 등 대권행보를 더욱더 가속화 하고 있다. 김 지사는 19일 자신과 전략적 연대에 나서고 있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를 도청으로 불러들여 도정을 정치로 물들이려 한다는 도민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두 정치인이 대권-당권 분리규정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등 정치적 공감대를 보여 ‘전략적 연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이는 4.27 재보궐 선거 이후 당내 쇄신운동을 틈타 박근혜 전대표 반발구도를 형성하면서 지지부진한 대권 지지도를 끌어 올려 당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박 전대표가 대권-당권 분리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경기도 지방자치가 위기인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집행부 견제의 축인 허재인 도의회 의장이 내년 총선을 위해 도의원 직을 버릴 수도 있다는 지역정가의 지적 때문이다. 허 의장은 지난 3월 민주당 경기도당에 성남 중원구 당협위원장 신청을 마치고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허 의장은 전국시도의회의장 협의회장을 맡고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 위반이라는 무리수를 둬 가면서 도의원 유급보좌관제 도입 및 의회사무처직원 인사권 독립 조례 제정을 밀어부치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자신의 치적쌓기용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재영 한나라당 대표의원도 내년 총선을 위해 도의원 직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눈치다.

경기도 집행부와 의회의 양축이 진정한 지방자치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방자치를 자신의 정치적 욕구를 채우는 도구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성년 지방자치를 꽃피우는 것은 현실에 충실하는 것 뿐이다. 김 지사의 왼팔격이라고 불렸던 임해규 의원(부천 원미갑) 조차도 언론인터뷰에서 “김 지사가 당 대표를 하게 되면 지사직을 그만둬야 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방은 팽개치고 중앙에 몰두하고 있는 김 지사에게 도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릴 리가 없다. 도지사를 다시 뽑아야 할지도 모르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지방자치 위기론이 경기도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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