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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생태적인 삶도 돈이 된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산과 들을 적시는 날이면 내가 사는 상지골 골짜기에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모처럼 내린 단비 덕분에 산란처인 개울가로 이동하는 두꺼비며 개구리들과 벌레들이 길을 가로질러 건너는 것이다. 이 골짜기에 산 지 스무해가 되어 가는데 갈수록 이동하는 개구리며 벌레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이사 온지 첫 몇 해 동안은 차에 깔려 죽은 개구리 시체들을 치우느랴 신경 써야 할 정도였고 차를 몰고 가다가도 건너가는 녀석들을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골짜기를 다 벗어날 때까지 한 두마리 보이는 것이 고작이다. 개구리들이 차를 잘 피할 수 있게 됐다기보단 눈에 띄는 수준으로 감소한 탓일 것이 분명하다.

대기 오염과 변화에 유난히 민감한 양서류가 이곳 상지골 뿐 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개구리 무리가 줄어들면 그들을 먹이로 삼는 생태계 상위동물들도 생존을 위협받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사라져 갈 수 밖에 없다. 십 수년 전에는 거의 매일 마주치던 뱀들이 일 년에 서너번 볼 수 있는 귀한 동물이 된 지 오래다. 집 앞 개울에서 흔하게 보였던 가재가 사라진 것과 더불어 시골 골짜기의 생태계가 급속도로 와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태계가 이렇게 망가져가는 반면 사람들의 삶은 더욱 편리해졌다. 마을 사람들끼리 엉성하게 포장했던 콘크리트 길은 말끔한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뀌어지고, 가스 파이프도 지나가고 집들도 두 배나 들어섰다. 전에는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수거조차 하지 않아 썩는 것들은 매립하거나 태우고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 재활용품은 도시로 가져가 분리수거함에 넣어야 해서 되도록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행정단위가 시로 승격하면서 이 골짜기에도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놓여 지면서 이상하게 버리는 것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도시생활 패턴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기가 사용한 쓰레기나 연장들의 뒷처리와 정리를 스스로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도시의 삶은 생태적인 연결망을 볼 수 없도록 단절되고 분절화돼 있어서 똥은 누고 버튼만 누르면 되고 음식물 쓰레기도 싱크대에 달린 분쇄기로 갈아서 수돗물로 흘러 보내버리면 사라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도시인들이 무심코 흘러 보내고 편하게 내다 버린 것들은 돌고 돌아 다시 그들의 입과 폐 속으로 들어간다. 바다로 흘러간 하수는 물고기들과 해산물에 집적되고 쓰레기는 매립되든 소각되든 유독성분을 흙과 공기속으로 되돌려 준다.

언뜻 보기에 밝고 깨끗하고 편리해 보이는 도시의 모든 시스템에는 전력이 필수적인데 그처럼 많은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한다. 값싸고 깨끗해(?)보이는 원자력 발전도 수명을 다하게 되면 천문학적 폐기비용이 들고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그야말로 재앙이 된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삶이 가장 편하고 돈도 적게 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장 낭비가 크고 돈이 많이 드는 생활방식에 속한다. 편리한 도시 생활에는 아직 지불하지 않은 추가 비용이 기다리고 있거나 다른 형태(가격, 세금)로 지불하고 있을 뿐이다. 도시인이 돈을 들여 헬스장에서 운동해 건강을 관리할 때, 생태적인 사람은 그 시간이면 근처의 산에 올라 약수를 길러 오가면서 운동과 질 좋은 식수를 한꺼번에 해결한다. 요즈음에 들어 <도시농업>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의 옥상과 베란다, 마당에다 농작물을 심어 자급자족도 하고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자가 처리하면 부식비 절감, 취미활동 대체, 운동 효과, 쓰레기처리비 절감, 깨끗한 농작물 섭취로 인한 건강 증진, 여름철 건물 냉각효과 등 여러가지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 온다.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가 생태적인 삶을 개인적인 영역으로 치부하기보다 정책적,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보급하면 국가 전체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난다. 쿠바가 유기농 도시텃밭 제도를 통해 자급자족을 이룬 것은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가 본받을 만한 사례이다.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 환경을 개발의 걸림돌로 여지지 않고 중요한 관광생태 자원으로 여기는 자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태적인 삶 자체도 돈이 된다는 인식을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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