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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외국어 전성시대

 

“여보, ‘엣지’가 무슨 말 이예요?” TV를 보고 있던 아내가 묻는다. “아마, 예리하다는 뜻 일게요” 대답은 하였으나 나도 자신이 없다. 오늘 아침 신문기사 중, ‘그것은 잘못된 팩트(fact)입니다’라고 썼다.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써야 할까?

요즈음 신문과 방송에서 스펠을 몰라 사전 찾기도 애매한 외국어가 하루가 멀다고 나타나 나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내가 시류(時流)에 뒤처지는지 모르겠으나, 과연 이런 말들을 이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어느 나라나 그들만의 고유한 말이 있어 일상에서 자기 말을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영향력이 대단한 언론이 무엇 때문에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를 남발하고 있을까? 그리고 외국어를 쓰는 것이 자랑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는 인사나 연예인의 말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도 문제라 하겠다.

외국어 남용은 우리말의 어휘 수를 점차 감소시켜, 미래에는 한국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더욱이 문화사대주의의 팽배로 외국문화를 우월시하고 우리문화를 비하하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다르다. 외래어란 외국에서 새로운 물건이나 문화가 들어 왔을 때 적당한 우리말이 없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처럼 그대로 쓰이면서 토착화된 말이다.

그러나 외국어는 단순한 외국 말일 뿐이다. 정보화 시대에 신기술, 신문화와 함께 들어오는 외래어는 어쩔 수 없다지만, 외국어는 좋은 우리말을 두고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얼마 전,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렸다. 오프닝 행사에서 엠시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인기스타와 인터뷰 중 “이 드레스의 컨셉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 말은 대부분 외래어와 외국어로, 변질되어 있지만 우리는 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 예부터 수많은 한자어가 들어와 우리말 화 되었고 근대에는 식민지 지배로 인한 일본어, 해방이후에는 서구 문물의 도입으로 영어 등, 유럽어가 우리말을 잠식하였다.

의사를 전달할 때, 외국 말을 사용하면 생각도 외국식으로 하게 된다한다. 일제시대 일본어 교육을 강요한 것도 민족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함이었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혼과 문화가 담겨져 있으며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또한 언어는 사고력을 풍부하게 하며 표현할 수 있는 어휘 수만큼 창의력도 발전한다. 우리말에는 아름다운 어휘가 풍부하여, 이처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말과 글을 가진 나라도 드물다.

이제라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웃 중국은 세계적으로 일반화 된 외래어인, TV, 컴퓨터 등은 물론, 고유명사조차도 한자어로 재창조시키고 있다. 지금처럼 우리말 보다 영어교육이 더 우선시되는 현실에서는 우리말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

정부뿐만 아니라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도 외국어를 자제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내어 널리 쓰이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김용순 시인

▲ 월간 한국수필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가평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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