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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여기에 꿈이 있어요

 

비가 내리는 몇일전, 꽃과 이쁜 새싹 잎들이 여기저기 열리는 산에 갔다.

가정의달 징검다리 연휴에 가족들과 모처럼의 나들이, 비가 무슨 대수냐 하듯 많은 인파가 소요산입구 주차장에서 부터 붐볐다. 형형색색 등산복을 차려 입고 유모차와 배낭을 멘 다정한 부부, 구부러진 어깨에 지팡이 든 노인에 이르기까지 휴일처럼 여유로운 발걸음이다.

사람의 여유로움은 나라의 경제력에 비례하는 것 같다.내가 근무하는 곳은 개인이나 기업이 일자리를 찾거나 직장을 찾아 연결해주는 곳이다. 하루에도 똑 같은 사연을 가지고 30여명의 민원인이 드나드는데 구직을 위해 자신의 인생사나 되지도 않는 일에 생떼를 부리거나 협박에 가까운 에너지를 발산해 감정을 들어낸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청년취업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어렵고 힘든 업종의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3D 업종의 일은 ‘나는 말고’하며 타인이나 저 개발 국가 사람들의 몫으로 들린다. 그래서 요즘 중소기업에 입사를 하면 회사 임원들은 신입사원에게 일을 우선 가르치기보다 결혼부터 시켜 안정적으로 직장에 오래 있기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성호 이익은‘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라며 무위도식을 경계했다. 지금처럼 취업이 열의가 적고 노는 사람들이 많음을 보고는 어떻게 말을 하였을까?

지난 석가탄신일에 소요산 자재암에서 스리랑카에서 온 두 젊은이를 만났다. ‘수닐’과 ‘란’ 이란 이름을 가진 동남아시아 특유의 검은 피부에 맑고 큰 눈을 가지고 있었다. 동두천 섬유회사에서 4년 이상을 일해 자국에 상가를 샀다는 그들은 희망을 준 한국에 매우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자국 친구들이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5년 가까이 지내며 돈을 모았는데 유독 한국에 온 친구들이 가장 많은 돈을 모았다고 했다. 인정 많고 기회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이제 가면 다시는 못 오겠지만 스리랑카도 불교국가 이기에 절에 왔다고 했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은 가난을 모르고 산다. 7080세대 우리는 모든 물자가 다 부족하여 빨래 비누로 세수를 하고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어 달력장이나 헌 교과서를 찢어 썼고, 도시락을 못 싸오는 친구는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웠으며, 명절에 산 옷은 동생에 동생, 제일 어린 막내로 이어가며 헝겊을 덮데 기워서 다 헤질 때까지 입고 또 입었다. 지금 이런 얘기는 우습게 들리고 이해를 못하겠지만... 우리는 그랬다.

지난해 문을 연 동두천중앙역 일자리센터는 언제나 분주하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다. 온 산에 핀 꽃과 햇살이 주는 행복만큼 가정의 달인 5월은 더 큰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찾아오는 모든 구인·구직자들의 안성맞춤 일자리를 찾아 주기 위해 직원들은 매일 남보다 1시간 먼저 출근을 해야 했고, 퇴근도 1시간 늦게 하며 일 한지도 1년이 지났다. 더 많은 구인 업소를 발굴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늘 안고 있다. 봄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마냥 웃는데 동두천중앙역 이곳에 청춘부터 노년에 이르기 까지 꿈을 찾는 이들의 발길로 오늘도 하루가 그렇게 간다.

▲ 2010 종합문예지 한국작가 봄호 ‘수필’ 부분 등단 ▲ 동두천문인협회 사무국장 ▲ 동두천시청다솜봉사회 총무 ▲ 동두천시 주민생활지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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