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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친구와 독도

 

일본에서 시집온 내 친구가 있다. 예쁘고 착한 이 친구를 만날 때 마다 내 첫 인사가 “효기야, 독도는 우리 땅이야”하면, “그럼 당연하지”하면서 예쁜 웃음으로 답한다. 하지만 이 친구가 자기 친정 엄마와 언니에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야단을 쳐서 설명을 포기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일본 지진의 쓰나미 피해가 있었을 때, 우리나라는 기업은 물론이고 고사리 온정까지 대대적인 성금 모금을 했는데 그때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자기네 중학교 교과서에 표기해 우리를 분노케 했다.

그때 이 친구의 눈에서 더욱 미안해 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일본에게 36년간 억압받은 것에 대한 상처가 너무 커서 항상 일본을 싫어하고 미워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스와 터키의 경우, 그리스는 터키에게 400년 동안 식민지로 살았다.

터키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무기고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 신전의 기둥을 개인 건축물로 가져다 쓰도록 허락까지 했으니, 지금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는 그리스인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우리도 독도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기 전에, 우리 땅이라고 세계 모두에게 좀 더 홍보하고 설득력 있는 이해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터키의 전설 속 ‘호자’였다면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명 재판 판단을 어떻게 내렸을까 생각해 본다.

옛날 실크로드 시절, 중국 상인들이 유럽으로 비단을 팔러 가기 위해 터키의 어느 끝 부분(우리나라의 8배)까지 왔을 때 여비가 떨어져 어느 식당에 들어가 외상으로 삶은 계란 2개와 빵 1개, 야채스프로 식사를 하고 비단을 팔아 돌아오는 길에 주겠노라고 떠났다.

하지만 유럽 상인들의 농간으로 비단도 헐값에 넘기고 겨우 중국으로 돌아가서 몇 년 만에 다시 그 터키의 그 음식점을 찾아가 외상값을 치루려 하다 깜짝 놀랐다. 가령 그 음식값이 3천원이었다면 지금은 100만원 내라는 말에 그 상인은 너무 억울해서 재판관을 찾아가 옳은 판단을 내려 달라했지만 재판관 역시 음식점 주인에게 매수돼 100만원 을 주라고 판결했다.

그 때 ‘호자’라는 사람이 판결에 이의를 달았다. 3년 전에 계란 두 개가 병아리가 돼 큰 닭이 되고 그 닭이 알을 낳아 또 병아리가 되고 한다지만 그 계란은 삶은 것이라 병아리가 될 수 없고 빵 재료인 호밀은 볶은 것이라 싹이 틀수 없고 야채, 역시 끓인 것이라 싹이 나지 않으니 그 값은 부당하다고 했단다.

우리에게도 호자와 같은 명 재판관이 나와서 독도는 신라장군 이사부로부터 증명이 됐고, 또 우리가 점유하고 있으니 당연히 한국 땅이라고,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명 재판을 해주기를 바라며 웃어 본다. 그 때쯤이면 예쁘고 착한 효기에게 내 첫 인사가 “효기야, 독도는 우리 땅 이야”가 아니라 “친구야 사랑 한다”로 바뀔 테니까….

작가소개: 황영숙 시인

▲ 수원문학 1회 시부문 신인상 당선

▲ 자랑스런 수원 문학인상 수상

▲ 경기문학인상 수상

▲ 시집 <동강에는 착한 물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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