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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휴대전화를 끄자

 

정부가 계속 헛발을 날리고 있다. 기름값에 이어 휴대전화 요금 인하조치가 실망스럽기만 하다. 서민 경제 살리기 정책이 실속은 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는 셈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리가 훅훅 들릴 정도다.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지난 2일 내놓았지만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이통업계의 선두 주자인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관건인 기본요금은 고작 1천원 내리는데 그쳤다. 거기에다 무료문자 50건을 준다고 하니 안하니만 못하게 됐다. 문자 안쓰는 이용자나 카카오톡 등 무료메신저를 사용하는 경우는 도대체 뭐냐는 반응이다. 이같은 휴대전화 요금 변죽 울리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초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통신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5월 초 요금절감안을 선보였다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불만과 통신사업자들의 요금인하 불가 입장 고수에 부딪혀 발표가 한차례 연기됐었다. 결국 방통위가 이통사들의 강압에 무릎 꿇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올초 정부가 통신비와 유류비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그러나 유류비에 이어 통신비까지 생색내기에 그쳐서야 서민들이 이정부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반기부터는 각종 공공요금의 인하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민들의 주름이 깊게 패이고 있다 휴대전화에 얽힌 무시무시한 소식이 미국으로부터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난달 31일 휴대전화의 암 유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IARC 실무그룹은 지금까지 나온 휴대전화와 뇌종양 발병에 대한 수백여건의 연구내용을 분석한 결과,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신경교종 등 일부 뇌종양의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 세계 50억명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에 대해 권위있는 국제보건기구가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위험성을 공식 인정하고 이런 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라는 주문을 내놓은 것이다. 휴대전화가 암 발병 위험성을 높인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의 발표로 휴대전화 관련 법정 소송도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5천만 명이 넘는다. 가구당 통신비는 13만6천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4.8%나 늘어났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대세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이 월 6만5000원의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이용시간이나 문자메세지 이용은 허용한도 내에서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고 치더라도 데이터 사용량은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과도한 통신료를 지불하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휴대전화의 전원을 잠시 꺼두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WHO는 전자파를 줄이기 위한 휴대전화 사용법을 권장하는 ‘휴대전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가급적이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고 문자메세지를 활용하라고 경고하고 있고 장시간 통화할 때는 유선전화를 이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휴대전화의 전원스위치를 누르지 말것을 당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통사 간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나 방만한 조직은 뒷전에 놔둔 채 소비자들 만 ‘봉’ 으로 여기고 과도한 이익을 챙긴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오죽하면 통신 3사가 올해 총 마케팅비를 6조원으로 묶어 출혈경쟁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겠는가. 이통사들은 이미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 요금의 적정선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이 사는데 필수인 의식주에 통신이 더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해서인지 이통3사의 담합이 심하다. 이제부터라도 독과점 타파를 통한 경쟁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새로운 이동통신사의 출범이나 다양한 요금제의 신설도입이 시급하다. 특히 소비자의 이용행태 변화도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한달에 며칠, 아니면 하루에 한시간씩이라도 휴대전화를 꺼두자. 그러면 휴대전화에 빼앗겼던 삶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요금부담이 줄고 뇌종양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해보자는 거다. /안병현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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