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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고생하는 후배들에 미안해요

후배들 출연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
심야시간 방송·제작여건 열악 아쉬워
힘 닿는 데까지 우리만의 색깔 만들것

 

■ MBC 정통코미디 ‘웃고 또 웃고’ 개그맨 정준하

“사실 후배들한테 미안해요. 저는 밥 사는 걸로 떼우는 것밖에 없어요. 정말 낯부끄럽습니다.”

개그맨 정준하는 거듭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후 일산 MBC드림센터 ‘웃고 또 웃고’ 녹화장에서 만난 그는 후배 개그맨들에 대한 걱정부터 풀어놓았다.

“후배들은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회의하느라 매일같이 출근해요. 그런데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한 달 수입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친구가 많습니다. 집까지 먼 친구들은 교통비에 밥값에 하다 보면 거의 남는 게 없죠. 그렇지만 이 친구들은 여기 말고 갈 데가 없어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는 MBC 코미디언들이 시청자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정준하는 지난 2월 ‘웃고 또 웃고’의 첫 방송부터 함께했다.

평상시 출연료의 5분의 1 정도밖에 못 받고 시간 내기도 빠듯하지만 후배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 코너 ‘달마과장’ 촬영 때문에 새까만 눈썹과 아이라인에다 입 옆에 주름선까지 그려넣은 그는 코믹한 분장과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후배들을 걱정했다.

분장과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쏟아 내는 그의 모습이 언뜻 개그 코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지만 목소리에서만큼은 후배를 향한 진심이 묻어났다.

그는 “최근에 일이 너무 많아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힘닿는 데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정준하의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고정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비롯해 드라마 ‘최고의 사랑’ 영화 ‘가문의 수난’ 요리 프로그램 ‘식신 로드’ 촬영에 지난주까지 뮤지컬 무대에 섰다.

잠을 잘 시간조차 모자라지만 그는 시간을 쪼개 매주 목요일이면 ‘웃고 또 웃고’ 녹화를 위해 일산 스튜디오를 찾는다.

‘웃고 또 웃고’마저 없어지면 갈 곳 없는 후배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후배들을 보면 미안한 부분이 많다”며 “코미디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나는 현장에서 맞춰보며 촬영하는 것밖에 없다. 아이디어 짜고 코너 준비하는 후배들한테 고맙다”고 말했다.전날 ‘무한도전’ 가요제 녹화를 마친 터라 피곤할 법도 한데 그는 이날 촬영장에서 PD와 의견을 나누고 간간이 애드리브도 시도하며 적극적으로 녹화에 임했다.

그의 애드리브에 스튜디오 곳곳에서 스태프와 출연진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공개 코미디가 보여줄 수 있는 풍경이었다.정통 코미디를 자신의 뿌리로 여긴다는 정준하는 “MBC에는 정극 코미디의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테마게임’ ‘인생극장’ 등 MBC에는 코미디언들이 연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며 “이경실, 안선영, 문천식, 고명환 등 MBC 출신 연기 잘하는 코미디언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비공개 코미디를 하는데 너무 오래된 느낌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걸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는 비공개 코미디 노하우가 있어요. 콩트, 극적인 희극이 MBC 코미디의 장점이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공개 코미디에 밀린 거죠.” 그는 “우리는 ‘개그콘서트’보다 호흡이 길다. 스토리를 갖고 웃기는 거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정통 코미디의 맥을 잇는다지만 ‘웃고 또 웃고’의 제작 여건은 열악하다.

심야 시간대 방송되는 데다 제작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청률도 3%를 채 넘지 못한다. 정준하는 “편성도 좋은 시간대에 되고 제작비도 늘어야 시청률 경쟁을 할 수 있다”며 열악한 제작 여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폐지를 면치 못한 다른 MBC 코미디 프로그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제작진은 이달 개편을 맞아 새로운 코너를 선보이며 심기일전했다.

정준하 역시 “생색내기용 프로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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