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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자면서도 연기생각… 잠꼬대도 해요”

 

■ MBC주말극 ‘내마음이 들리니?’남궁민

최근에는 최진철이라는 이름의 친아버지를 찾았으니 그의 이름과 인생은 어쩌면 또 바뀔지도 모른다.

“저도 제 정체를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남궁마루’라고도 하던데…(웃음) 실제로 촬영 자체도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태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그때그때 대본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궁민은 이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대부분의 국내 드라마가 그렇듯 ‘내 마음이 들리니?’도 쪽대본으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 그도 매주 수요일 집에서 나가면 4박5일간 촬영장을 전전하는 ‘캠핑’을 하다가 일요일 아침에야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 별반 불만은 없어 보였다.

“대본을 보면 작가가 진짜 고민을 많이 했겠다는 게 느껴져요. 대사 하나하나에 깊은 뜻을 담으려 했다는,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보이니까 대본이 늦어지는 것을 탓할 수도 없어요. 또 감독에 대한 신뢰도 높아서 결국은 이러한 악조건에 대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 문제는 제 스스로 풀어야 하는 거죠. 앞뒤를 전혀 모르고 쪽대본을 받아 감정 연기를 펼쳐야 하는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솔직하게 연기하려고 합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연기자들의 고른 호연으로 인기를 얻은 ‘내 마음이 들리니?’의 큰 축 중 하나는 봉마루가 장준하로 신분을 세탁한 후 16년간 살아온 이야기다.

바보 아빠 봉영규(정보석 분)와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도망쳐 재벌가 사모님 태현숙(이혜영)의 양아들이 된 봉마루는 태현숙의 돈과 사랑으로 번듯한 의사 장준하로 성장했다. 그러나 뒤늦게 태현숙이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돌변한다.

“지난주 방송을 보고 장준하가 너무 무섭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사실 제가 봐도 무섭더군요.(웃음) 장준하는 눈이 뒤집힌 상태입니다. 모든 사실을 알아버리고 나니 모두 다 미운 거고 날 이렇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뿐인 거죠. 어휴… 생각할수록 열받네. 예전에는 배우가 캐릭터에 동화된다는 걸 별로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장준하가 되어 있어요.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크고 고민이 많은 거죠.”

이 드라마 속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한가지 색깔을 확실하게 띠고 있다. 그러나 남궁민은 그 사이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착한 ‘훈남’에서 출생의 비밀에 따른 혼란을 거쳐 복수에 눈이 먼 냉혈한까지 오가야 하는 힘든 임무를 홀로 안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있습니다. 준하가 할머니(윤여정)를 찾아가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고 절규하는 연기는 도저히 즉석에서 못하겠더라고요. 다행히 윤여정 선배께서 ‘연기하는 게 구구단 외우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 중요한 장면을 급하게 찍느냐’고 대신 말해줘서 그 신을 일주일 뒤로 연기해 찍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매일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몽유병 비슷한 증상 같은데 자다가 가수면 상태로 중얼중얼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해요. 자는 절 누군가 깨워 ‘촬영하자’고 하고 전 ‘준비도 안 됐는데 촬영을 어떻게 하느냐’면서도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만큼 역할에 대한 강박관념이 큰 거죠.”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와중에 봉우리(황정음)를 사이에 두고 혈육 같은 차동주(김재원)와 삼각관계에 빠진 것도 장준하의 고통을 가중한다.

그는 “준하에게 두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하나는 16년간 태현숙의 아들로 진정 행복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도 우리를 동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그는 우리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준하는 동생 같은 동주가 우리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를 포기 못 하는 것 같아요. 그 정도의 사랑이어야 동생도 버릴 수 있는 거죠.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법인데 준하도 우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뒤늦게 깨달은 거죠.”

데뷔 후 드라마 ‘장미빛 인생’, ‘어느 멋진 날’, 영화 ‘비열한 거리’, ‘뷰티풀 선데이’ 등으로 상승세를 걷다가 군복무와 허리 디스크 등으로 최근 2~3년 활동을 못했던 남궁민은 ‘내 마음이 들리니?’를 기점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다.

“지금부터 잘해야죠. 제가 원하는 위치까지 가기 위해서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제야 제가 연기라는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을 보면서 매회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 열등감을 계속 가져가면서 쉬지 않고 연기하려고요. 한때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도 빼고, 마음에 깃들어 있던 겉멋도 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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